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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7659020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9-12-1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민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남자는 민호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목에 갖다 댔다. 손에 흥건히 묻은 피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보았다. 남자는 목의 상처를 지혈하며 일어서려다 휘청하며 쓰러졌다. 민호는 티셔츠를 잡아당겨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 소년은 그대로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늙은 놈이 힘도 좋다며 궁시렁 거렸다. 남자는 죽어가면서도 민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민호는 주머니에서 껌 하나를 꺼내 씹었다. 껌 종이는 주머니에 넣었다. 남자는 민호를 보며 힘없이 말했다.
“왜... 왜...”
민호는 감정 없이 남자를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저씨가 왜 죽는지는 모르겠고, 왜 내가 아저씰 죽이냐면, 내 일이야. 누가 아저씰 죽여달래.”
남자는 더 이상 말 할 힘도 없는 듯 입만 뻐끔댔다.
“의뢰인은 나도 몰라, 이 바닥 규칙이거든,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저씨 빨리 죽게 해주는 거야, 그렇게 했어, 곧 끝나.”
남자는 평소에 죽는 순간이 되면 삶이 주마등처럼 스칠 거라 여겼었다. 하지만 그에겐 자신을 내려다보는 텅 빈 눈만 보일 뿐이었다.
민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자물쇠가 부서졌다. 그 안에 꽁꽁 숨겨둔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숨겨뒀던 분노가 쏟아졌다. 절망이 쏟아져 나왔다. 덤비는 사람이 없는데도 눈에 보이는 건 뭐든 집어던졌다. 경찰들이 올 때까지 민호의 슬픈 절규는 계속됐다. 경찰 세 명이 달려들어 제압했다. 민호가 얼굴을 바닥에 댄 채 짐승처럼 소리 질렀다.
민호는 지우의 멱살을 쥔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지우를 보았다. 지우의 눈물이 강물에 섞여 흘러내렸다. 숨소리만이 들렸고 두 사람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만이 움직일 뿐이었다. 민호의 눈에 지우의 이마에 난 붉은 상처가 들어왔다.
민호는 지우를 거칠게 밀어내고 벌떡 일어섰다. 그대로 자전거를 끌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엄마가 떠나고 처음으로 두려웠다. 원하는 게 생긴 게 두려웠다. 너무도 간절히 갖고 싶은 게 생겨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