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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716778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05-15
목차
시인의 말 ― 5
해설 |늘임 문체와 연상적 상상력이 그려낸 내면 풍경들 / 조명제 ― 95
창가의 괴테 ― 11
설산雪山, 첼로, 메아리 ― 12
안녕하세요, 고갱 씨 ― 14
무늬 ― 16
황색 그리스도 ― 17
풍경 ― 18
칼레의 시민 ― 19
아바타 ― 20
유체이탈遺體離脫 ― 22
옥수수밭 헬기장 ― 24
바벨로즈 ― 26
맨발 ― 27
흰말채나무의 몸은 붉다 ― 28
비교적, ― 30
지혜의 강江 ― 32
파장 ― 33
길들여진다는 것 ― 34
비뚤어진 사과 ― 35
오래된 길 1 ― 36
오래된 길 2 ― 38
생의 춤 ― 40
아라가야의 홍련 ― 42
나눌 수 없는 맛 ― 44
청마 생가에서 ― 45
가을 편지 ― 46
포로수용소에서 역사를 읽다 ― 48
고래의 눈물. 아다지오 ― 49
있는 그대로의 빛. 조그만 동네 ― 50
연두 ― 51
알렉시스 조르바 씨! ― 52
풀리면서 핀다 ― 54
안고지기 ― 55
이팝꽃 ― 56
안개의 성城 ― 57
버들치 마을 ― 58
나무는 나무끼리 ― 59
해피트리 ― 60
구피 이야기 ― 62
나무사람 ― 64
모란을 그리다 ― 65
김환기의 그림 속에 이태백의 달이 뜬다 ― 66
마삭줄 ― 67
소리가 꽃이 되는 ― 68
버틴다는 것 ― 70
수국제水菊祭 ― 72
꽃 진 자리 ― 73
라벤더 향기를 맡아보렴 ― 74
전등사 ― 76
하오리와 비오리 ― 77
자메이카의 높새바람 ― 78
시클라멘 ― 80
블랙커피를 마시며 ― 82
용꿈을 꾸다 ― 83
3월, 한라산 ― 84
외돌개 ― 85
월령숲을 지나며 ― 86
마라도 ― 88
박수근. 시장 ― 89
박수근. 빨래터 ― 90
박수근. 고목과 아이들 ― 91
줄밭도랑 옛터 ― 92
인터체인지 ― 93
오래된 계단에서 잠시 쉬었다 ― 94
저자소개
책속에서
유체이탈
몸 따로 마음 따로란 말 남의 얘긴 줄 알았는데
어느 때는 지리산 세석능선, 하얀 풀꽃들 무리진 샘터에서 맨발인 채 한 여름 다 보내고
얼마 전에는 바이칼 호수로 가는 자작나무 좁다란 숲길에서 허리까지 차오르는 안개 속에 갇혀 몇 날을 지낸 적도 있었는데
어젯밤엔 갠지스강, 온갖 군상들과 섞여 얇고 붉은 꽃잎을 강물에 띄워 보냈는데
오늘은 또 우두커니가 되어 란치아노, 그 기적의 성당 옆 광장 벤치에 앉아 이마가 따끈거리도록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나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친구가 “그게 유체이탈이라는 거야”라고 귀띔을 해 준다
그렇다면 앞으로 내가 계속해서 유체이탈을 하게 된다면 화성에도 금성에도 갈 수 있다는 말 아닐까 하여
풀리면서 핀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덩이에 봄 햇살이 내려앉자
가장자리에서부터 녹아들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과음으로 몸져누운 아버지를 위해
쌀뜨물에다 된장을 풀고 배추 고갱이를 뜯어 넣어
해장국을 끓이시면서 사람이나 땅이나 뜨거운 것이
들어가야 풀린다고 하셨다
화분에 심어 둔 봉숭아 꽃대에서 먼저 초록빛이
새어 나오더니 실꾸리처럼 둥글게 뭉쳐지면서
점점 부풀어 올라 분홍빛 꽃이 핀다
나의 중심에서 네가 피어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