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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716945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3-11-10
목차
4 저자의 글
1부 지친 영혼에게 말하고 싶은 말들
11 빈센트 반 고흐 앞에서
17 모네의 정원에서
25 美의 가치
31 공존의 이유
41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
48 청개구리
58 그랬구나,
69 질투의 힘은 넣어둬!
75 감정 노동
80 나도 하이! 안녕?
2부 그리움의 기억들
89 길상사에도 꽃무릇이 피듯이…
94 엄마의 재봉틀
99 에스프레소의 기억
105 뚝방 길
110 그리움으로 벗어 던지고
116 일상 속의 슬픈 흔적
121 마흔이란 이름으로
128 엄마 되기
141 고슴도치 어미
147 속초 여자로 살아가기
159 빈자리
164 화해
169 미시령 길
175 정현이
183 미련 덩어리들 버리다
3부 일상의 생각
189 개 새끼
196 페이크 러브
203 구천구백 원
208 운전 매너
218 잡동사니
223 나눔
227 소중한 인연
232 사소한 것들에 대한 느낌
236 작은 미소를 주는 그녀
243 머피의 법칙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 가슴속에 늘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멋진 남자가 있었다. 그는 늘 인자한 모습으로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았고, 어린 내 눈에는 그가 늘 멋있었다. 그는 항상 깔끔한 옷차림이었고 양복이 잘 어울리는 남자였고, 집을 참 잘 고치는 만능 재주꾼이었다. 늘 하얀 운동화를 신고 다녔고 몸은 날렵했다.
얼큰하게 취한 날이면 그는 주머니에서 땅콩을 한 줌씩 꺼내 주었고, 어떤 날에는 내 손에 맛난 센베 과자봉지를 쥐여 주었다. 가끔은 집안 뜰에서 채송화도 키우고, 여러 가지 채소를 가꾸는 그의 등 뒤에 매달리기도 하고, 어깨에 기대어 잔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잠이 들기도 했다. 저녁 어스름 해가 지는 시간이면 그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와 노랫소리를 들으며 내가 원하는 노래를 신청하기도 했었다. 배가 아프면 배를 살살 문질러 달라고도 하고 업어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말 한마디 없이 그는 나의 아픈 배를 살살 문질러 주고 그리곤 등을 내주곤 했다. 또 가끔은 그의 손을 잡고 영화도 보러 가고, 가끔은 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이것저것 사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었다.
손재주가 남달리 뛰어나 집안의 모든 수선은 그가 했다. 부서진 내 책상다리도 고쳐 주고, 가끔은 동네의 부서진 모든 기물들도 무료로 고쳐 주고, 때론 그의 것도 나누어 주기도 했었다.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해서 독한 진달래술을 주는 대로 먹고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바보 같은 그를 내가 부축해 오기도 했다. 그러는 그가 죽을까 봐 동네 아주머니한테 녹두죽을 달라 떼를 써서 살려내기도 했었다.
전축을 틀어놓고 혼자 노래를 따라 부르면 나는 그의 발등에 올라가 그의 배에 매달려 블루스를 추기도 하고 같이 손을 잡고 춤추자고 부추긴 적도 꽤 있다. 또 동네잔치가 있으면 손목을 억지로 잡아끌어 구경 가서 앞자리에 앉고 싶다고 억지떼를 썼다. 어른이 신는 뾰족 구두(요즘 하이힐)를 사달라고 해 어린이용 뾰족 구두를 맞춰 신고 절뚝거리며 신고 다닌 적도 있었다.
그 멋진 남자는 나의 아버지이시다. 내 가슴속 한켠에 담겨 있는 그 멋진 남자가 생각난다. 계절 중 4월이 오면 유난히 아버지가 생각나고 그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끔은 베개를 적시며 울기도 한다. 지금은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며 잊으려고 애쓰고 있다. 예전만큼의 그리움과 애달픔은 아니지만 어김없이 4월이 오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아버지가 너무도 그립다.
- <그리움으로 벗어 던지고>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