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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756453
· 쪽수 : 137쪽
· 출판일 : 2019-08-2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013 정돈된 과거
015 육촌
016 흐린 날의 종족
018 밤은 몇 개의 수조를 거쳐 아침이 되는가
020 바이올린 켜는 염소
022 분명은 아주 잠시
024 중간색
026 도체
028 서쪽
030 사람이 벚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032 봉투-옷 혹은 육체-자루
034 아테나 콤플렉스
036 불의 이웃
제2부
041 신(新) 지옥도
042 5구역
044 나무 자세
046 정전
054 요요
057 오늘의 메뉴
058 당나귀의 권리
060 그림씨에게
062 기념품
064 다나카는 다나카답게 다나카인데
066 모래바람무늬
068 나의 모니터는 사막을 그리워한다
070 아무도 세 이야기의 관계를 말하지 않는다
제3부
075 너는 내가 아니니까
076 주워 온 돌 하나 때문에
078 소금의 언어
080 화 금 수 목 월 일 토
082 생각다방 산책극장
084 마취의 세계
086 울기 위해 동원되는 일곱 개의 감정
090 접전
091 공중 속의 티타임
092 망고 트릭
094 수탉이 사랑하는 밤
096 서른 번쯤 들은 이야기
097 감동적인 밤
제4부
103 맨드라미
104 철학적 홍등가
106 죽은 토끼 빌려 오기
108 미완성 나라의 국어 선생님
110 도서관 가는 길
112 다정한 외면
114 사라예보의 장미
116 독
118 그림 하나가 말을
119 가오리
120 사바아사나
122 젖무덤
123 실패
124 해설 남승원 실패의 새로움과 가능성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봉투-옷 혹은 육체-자루
안녕이란 말에는 생각보다 깊은 뜻이 있다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에게 옷을 갈아입힐 적마다 앉은뱅이 고모에게 진 빚을 갚는 느낌이다
산후조리하다 맞은 침 때문에 평생 앉아서 살게 된 열아홉
절망에 생김새가 있다면
문병 온 친구가 주머니에 찔러 준 흰 봉투같이 생겼을 것이다
하룻밤만 자고 나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다 아는 사이
비밀 하나쯤 지키겠다는 듯 치는 커튼 그 안에서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곡식 여물지 않을까 봐
논농사 곁에 가로등 세우지 않듯
불 끄고 돌아눕는 것 그것이 안녕이다
잘 자라는 인사 대신
갈아입을 옷 챙겼느냐 실없이 물어 주는 것
문 열면 환한 냉장고의 불빛 같고 다 먹지 못할 간식에 붙여 놓은 번호 같은 안녕
감탄할 수밖에 없는 죽음
커튼 치고 연습해 보는 것 같아서
너를 사랑했다는 것이 아무래도 거짓말이었나 봐
지우게 될 문자를 써 놓고 들여다보는 간병사의 저녁
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 ***
사람이 벚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가 있다
성체조배 하러 가는 길
온몸에 황금을 칠한 어둠 속에서 찢긴 잠의 절단면을 걷고 있던 사람 하나가 벚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에겐 그 벚나무 어딘가에 아름다운 나라가 있었던 것이다
셀 수 없는 꽃잎이 되려고
그가 걸어 들어간 벚나무 아래서
내 안에 내리고 있는 새벽 빗소리를 들었다
질 나쁜 종이에 연필심 긁히는 소리
전국의 벚꽃 개화 시기가 조금씩 달랐던 건 사람들이 집을 떠난 시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죽어도 가로수로 서 있을 사람
혹여 누군가 활과 화살을 만들기 위해 이 나무를 베어 낸다 할지라도
바람에 흩날리는 우수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던 화려한 시절
짧아서 아름다웠던 생
바구니를 메고 있는 새벽이 벚나무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