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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756989
· 쪽수 : 111쪽
· 출판일 : 2021-08-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어디에서 – 11
좋은 아침입니다 – 12
나는 좀 더 뻔뻔해지기로 했다 – 14
양묘장 – 16
예광탄 – 18
쓸모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 20
조사받는 사람 – 22
원룸의 입장 – 23
PT25, 천국에서 보낸 한철 – 24
브이로그 – 26
먼저 된 사람 – 28
비키니 옷장 풍으로 – 30
강주연못 근처 – 31
너라는 족속은 – 32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 – 33
제2부
통보가 갈 겁니다 – 37
공복 – 38
가당찮은 일들 – 40
필요한 것이 필요 없어지는 과정이 있을까 – 42
아가리 – 44
빨래방 – 46
닦지 않은 거울을 보았다 – 48
스타에서 무진장 떨어진 채 – 50
노후를 씹는 저녁 – 52
냉장고 이불 – 54
부역자 – 56
내리깔고 – 58
찌그러지는 생수병이 보여 준다 – 59
거시기와 미시 – 60
공판장 – 62
막장버섯 – 63
제3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잖소 – 67
체포조 – 68
말아먹고 – 70
전조(前兆) – 72
저물고 있는 아침 – 74
연병장 – 76
물렁한 것 – 77
가스통 – 78
무순병동(無順病棟) – 80
킥, 퀵, 칵 – 81
무이 – 84
두고 온 팔 – 86
울고 있다 – 88
악양 – 90
좋은 데가 어딨어요 – 92
달방 있음 – 94
무엇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 95
해설
이병국 부정(否定)의 시학 – 96
저자소개
책속에서
쓸모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번영을 위한 시장 좌판에
상철 씨가 앉아 있다
책이 없이 시장을 섭렵하였다 무관심을 얻기까지 좌판의 쓸모는 컸다 앉아 있는 동안 시장은 번영하지 않았고
언제 앉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언제 일어설지도 몰랐는데
상철 씨가 눈에 띄는 작은 쓸모라도 없애려는 노력의 결과였다
결과는 쓸모 있었지만
생각이 없었다
아무 곳에도 가지 않는 상철 씨는 시장에 왔고 아무런 적의도 없고 슬픔도 없다고 했다 들은 사람이 없지만 관심이 있을 때 알게 되었다
막걸리 한 잔이나 두 잔 앞에
앉아 있는 그가 언제 죽을지도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는데
그런 자유는 얼마나 쓸모 있는 것일까
알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것은 앉아 있는 상철 씨
한 벌의 외투 밖에서
바람이나 비나 눈의 짧은 생이 왔다가 갔다
상철 씨는 참선을 하지 않았고 골똘하지 않았고 욕심을 보이지 않았고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들려오는 것은 듣고 있었는데
그것은 좌판의 쓸모와 섭렵한 시장 때문이라 여기지만
쓸모없어진 상철 씨에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
필드를 지켜라, 부스에는 난로가 없었다 전화를 받고 멤버십 포인트를 끊어 주고 앉아 있었다 두 손을 가랑이 사이에 넣고 비비면서 경수는 생각했다 문을 닫았는데 거리의 간판은 왜 켜 놓았을까 CCTV는 고객만 감시하는 게 아니다, 그러세요 지키고 있으세요, 부스에 있는 모니터에 필드는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경수는 차를 기다렸고 셀프 고객에게 성의를 다하는 마음을 일으켜 세웠다 필드에 혼자 서 있으면 움직이는 물체가 된다 언제나 확인 가능하다 사정거리 안에서 동체를 내보이며 고개를 숙인다 부스에 앉아 있으면 표적은 정확해진다 지킬 것이 없으니 뭐라도 써 볼까 휴대폰 메모장을 열어 놓고 경수는 생각했다 분명한 표적이 되었다고 입력했다가 표적은 생산된다고 고쳤다 같은 공기 속에서 노끈에 목이 졸린 고양이가 바닥에 떨어지고 굶주린 개가 혓바닥을 물어뜯었다 지구가 공전하는 것은 지켜 주지 않는 것을 되돌리는 것일까 아무거라도 써 보자며 숙이고 있는 경수의 얼굴을 액정이 흔들었다 알면서도 필드에 나오지 않으니 내일부터는 아주 나오지 않아도 된다, 고맙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진 경기를 할 수 있는 게 어디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