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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88167005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7-03-28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리뷰
책속에서
여자는 한참 웃다가 두어 번 큰기침을 하더니 내게 말했다.
“낫짱은요, 천재예요. 남자를 꿈꾸게 하는 천재. 지금 한 말, 잘 써둬요. 중요한 부분이니까. 낫짱이 무슨 재주로 그렇게 놀고먹을 수 있겠어요? 다 그런 재능 덕분이에요. 내 말 잘 들어봐요. 세상에는 타고난 사기꾼이 있어요. 그게 낫짱이에요. 사기꾼이라고 하면 다들 싫어할 것 같죠? 근데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사랑받는다니까, 사기꾼이.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재주가 없으면 남을 속일 수도 없어요. 우리 가게에 오면, 남자랑 바에 나란히 앉아요. 무슨 얘길 하나 가만히 들어봤더니, 남자한테 복권에 당첨돼서 100만 엔이 생기면 뭘 하겠냐고 묻더라고요. 남자가 외국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쳐요. 그러면 어디로 갈 건지, 언제가 좋을지 같은 걸 물어보면서 점점 꿈에 부풀게 만드는 거죠. 무척 즐겁게 말예요. 사실은 당
첨되기는커녕 복권을 사지도 않았을 텐데, 그런 얘길 하면서 두어 시간쯤 즐겁게 보내는 거예요. 집에 가기 전에 다음 달 월세를 못 낸다느니 하는 얘길 꺼내 봐요. 남자는 군소리 없이 가진 돈을 꺼내줘요. 그리고 다음 날에는 다른 남자와 바에 앉아요. 그리고 묻는 거죠. 복권에 당첨돼서 백만 엔이 생기면 뭘 할 거냐고.”
_ 제1장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정신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로비에서 혼자 셔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곤도가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깜짝 놀랐다. 지금 나는 머리도, 가슴도 텅 비어 있었다.
늘 가슴을 메우던 공허함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지.
죽음의 위력 앞에서 공허함도 힘을 잃고 스러진 것일까.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곤도에게 무척 중요한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관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일.
더없이 중요하고 애절한 부탁이었다.
_ 제3장
진짜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까. 나쓰코는 사람을 속여 금품을 가로채지만, 주는 것도 있다. 장사가 안 돼 고민하는 미용사를 격려하고 연구자인 남편에게는 자신감이라는 마법을 걸었다.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인생의 마지막을 빛나게 장식해주기도 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이 나쓰코의 훌륭한 점이다. 아니, 훌륭하다는 말은 지나친가?
요즘 나는 나쓰코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 나이를 먹어서일까.
어쨌든 나쓰코에게도 장점이 하나쯤은 있다는 것이다.
_ 제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