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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밤, 들 가운데서

이런 밤, 들 가운데서

설유진 (지은이)
제철소
22,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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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밤, 들 가운데서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이런 밤, 들 가운데서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한국희곡
· ISBN : 9791188343881
· 쪽수 : 396쪽
· 출판일 : 2025-10-31

책 소개

제철소가 펴내는 국내 희곡집 시리즈 [리:플레이] 여섯 번째 책으로, 제12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 작가 설유진의 첫 희곡집이다. 극작, 연출, 각색 등 연극의 여러 영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의 대표작 다섯 편을 묶었다.

목차

서문

이런 밤, 들 가운데서
오아시스
어슬렁
나의 사랑하는 너
초인종

공연 리뷰|자유와 사, 랑사이, 어디쯤 거기에 – 마정화(번역자, 드라마터지)

저자소개

설유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른 무렵에 스태프로 일하며 연극을 처음 만났다. 2014년 서울연극제 희곡공모전에 「씨름」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907(구공칠)에서 글을 쓰고 연출을 한다. 현재의 감각에 솔직한 작업을 하려 노력한다. 언제나 고민하는 것은 자유와 사랑이다. 책에 수록된 희곡 외에도 「벽」 「코끼리 무덤」 「9월」 「제4의 벽」 「홍평국전」 「때때때」 「포스트 러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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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은영 가끔 너무 무서운 꿈을 꾼다 그랬어. 꿈이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한번은 꿈에서 사람을 죽였대. 근데 사람들은 걔가 죽인 줄도 모르더래. 그래도 일단 도망을 갔대. 죽은 사람 가족들이 슬퍼하더래. 미친 듯이.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울더래. 자기 때문에. 그게 다 보이더래. 꿈이니까. 돌이킬 수가 없더라고, 그게 미치게 하는 거라고. 어떻게 해도 돌이킬 수가 없더라고. 가족도 친구도 만날 수가 없더래. 아무도 걔가 죽인 줄 모르는데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거야. 사람을 죽여버렸다고. 자기가. 꿈에서. 뭔가 잘못돼서 사람이 죽은 거지. 자기 때문인 건 확실하다고, 하여간 몇 날 며칠을 도망가는데 멀리도 못 갔대. 동네 주위만 뺑뺑 돌았대. 경찰도 누구도 쫓지도 않는데 도망을 갔다고. 꿈이니까. 가족도 보이고, 친구도 보이고, 다 보이는데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고. 죽어버릴까 하다가도 못 죽었다고, 무서워서. 남은 죽여놓고, 자기는 죽지도 못하고.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 자기 때문에 누가 죽었다는 사실, 그 사실을 돌이키지 못한다는 사실이 자길 미치게 하더래.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 꿈이니까. 쫓기지 않는데 도망갈 방법이 없더라고. 미치도록 답답하더래. 느낌이 꼭 외로움이랑 닮았대. 엄청나게 지독한 외로움.
소연 고독?
은영 고독은 아니래. 고독은 젠체하는 것 같다고. 고독 말고 외로움. 지독한 외로움. 지독하게 외롭더래. 꿈에서, 사실이 아니라면, 제발 꿈이라면 좋겠다 하다가 문득, 꿈에서 깨어났는데. 무슨 영화 주인공처럼 “안 돼!” 하고,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앉아서도 한참을 이게 다 꿈이었다는 걸 믿지 못하겠더라는 거야. 와, 씨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사실이 아니었다. 사실이 아니다. 그 사람이 살아 있다. 눈물이 쏟아지더래.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더라고. 꿈인데. 엄청나게 지독한 외로움이, 생생히, 지독하게 외롭더래.
「이런 밤, 들 가운데서」에서


부하1 이모가 돌아가셨어요.
감독 네?
부하1 이모가 돌아가셨다고요.

사이

부하1 우리 이모는 정말 멋진 사람이었어요.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죠. 이모는 멋진 사람이었어요. 입시미술이 아니라 정말 그냥 미술을 가르쳤어요. 아이들이 미술학원에 와서 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 숙제도 하고, 그림을 그리다가 집으로 가는 거예요. 온종일 친구들이랑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가는 거예요. 그리고 또 다음 시간에 학원으로 와요. 별거 없어요. 그런데 입시 때가 되면 아이들은 이모의 미술학원을 떠나요. 입시학원을 다니죠. 미술학원엔 또 새로운 아이들이 와요. 이모는 늙어가요. 그러다 어느 날 유방암에 걸리셨어요.

사이

부하1 하지만 이모는 삶에 대한 뜨거운 의지로 유방암을 이겨냈어요.

사이

부하1 그런데 이번엔 간암에 걸리신 거예요.

사이

부하1 쏜살같이 지나갔어요. 내가 언제고 만나러 갈 때까지 이모가 살아 계실 줄 알았어요. 진짜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이모는 죽지 않을 줄 알았어요. 이모는 늙어가는데, 그것도 몰랐어요.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죠? 시간이 무한정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도 이모처럼 좀 더 멋진 사람이 됐을 때 짠 하고 나타나야지 했어요. 근데 이모가 돌아가셨어요. 장례식장에 갔어요. 영정 사진 속 이모는 어릴 때 봤던 멋진 그 모습 그대로였어요. 그리고 이모를 봤는데, 모르는 사람 같았어요.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봤어요.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이모랑 나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 돼버렸어요.

사이

부하1 공룡들이 아무 잘못 없이 다 죽어갔다고 했죠? 우리 이모는요? 이모가 무슨 잘못을 했어요? 이모에게 살 자격이 없나요, 감독님?
감독 아뇨.
부하1 난 이모를 죽일 수 없어요.
「오아시스」에서


자연 이거, 조소는 왜 배우시는 거예요?
영미 아…… 뭐…… 그냥…… 궁금해서?
자연 전 사는 게 하도 재미가 없어서 이것저것 배우는 중이에요.
영미 저만큼 재미없을까요?
자연 아…… 그건 모르는 거죠!
영미 알았어요. 뭐 뭐 배우셨어요?
자연 목공이랑…… 불어랑…… 수영이랑 피아노랑…… 자전거 동호회도 나가봤고…… 농구랑…… 소설 쓰기…….
영미 정말 다양하게 해보셨네요.
자연 자꾸 심심해요, 헛헛하고. 8년째 같은 회사, 재미없는 회사 다니는 장점이라면…… 일에 열정이 없으니깐 일에 매이질 않는 거. 연초면 일 안 할 때 뭐 할지 계획을 엄청 열심히 세워요. 1년 계획을 쫙 세우는 거죠. 여름휴가 때는 어디로 여행을 가야겠다, 달력을 하루씩 지우면서 휴가만 기다리는 거예요. 연말에 계획대로 다 한 걸 보면 뿌듯하고 그래요.
「어슬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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