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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88503193
· 쪽수 : 679쪽
책 소개
목차
본편
一話.주장낙토(走獐落兎)
二話.은심원생(恩甚怨生)
三話.비몽사몽(非夢似夢)
四話.견토지쟁(犬兎之爭)
五話.이발지시(已發之矢)
六話.동상이몽(同床異夢)
七話.비풍참우(悲風慘雨)
八話.풍기문란(風紀紊亂)
九話.귀토지설(龜兎之說)
十話.오조사정(烏鳥私情)
十一話.백년가약(百年佳約)
외전
十二話. 파경중원(破鏡重圓)
十三話. 운우지정(雲雨之情)
十四話. 장중보옥(掌中寶玉)
책속에서
‘몽정이면 어떠하랴. 이렇게 피가 끓는데. 일장춘몽의 허무함쯤이야 감수해야지.’
아침의 체념보다 밤의 색념이 먼저였다. 사냥꾼은 일을 치르는 도중에 꿈에서 깰까 봐 성급한 손놀림으로 바지춤을 풀어 헤쳤다. 그리고 양물이 들어갈 입구를 찾아 소년의 가랑이 사이에 손을 갖다 대는 순간.
물컹.
촉촉하고 오목한 틈새가 아닌 말랑말랑하고 불룩한 살덩이가 만져졌다.
‘……이게 뭐지?’
사냥꾼은 얼떨결에 조물조물 주물러보았다. 그러자 소년이 다리를 비비 꼬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하였다.
“으응…… 간지럽습니다, 주인님…….”
사냥꾼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너, 넌 누구냐!”
사냥꾼의 외침에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주인님, 접니다.”
“주인님이라니……. 설마…….”
사냥꾼은 허겁지겁 등잔에 불을 붙였다. 어둡던 방 안이 주홍빛으로 밝아지자, 사냥꾼은 입을 쩍 벌리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너,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토끼냐, 사람이냐! 아니면 귀신이냐!”
“주인님, 고정하십시오! 저 토끼이옵니다! 잠시 인간으로 변신했을 뿐이옵니다!”
소년은 눈을 질끈 감더니 순식간에 토끼로 변신하였다. 사냥꾼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기함할 듯 놀라더니 덜덜 떨리는 손으로 토끼를 가리키며 물었다.
“너, 너 변신도 할 줄 아느냐?”
“금수국의 짐승은 인간의 곁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인간의 기를 받으면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토끼의 말에 사냥꾼은 기가 차서 헛웃음을 쳤다.
“하.”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주인님이 보시고 놀라실까 봐 더는 변신하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인간의 몸이 너무 신기하여 그만…….”
토끼가 주저리주저리 변명하는 동안, 사냥꾼은 제 허벅지를 꽉 꼬집어보았다. 오라지게 아팠다. 달콤한 꿈이 아니었다. 쓰디쓴 현실이었다.
저것은 사내가 아닌가. 가랑이 사이에 양물이 달린, 나하고 똑같은 사내. 선녀님이 사내라니. 사내가 토끼라니. 토끼가 선녀님이라니.
“으아아아아아악!”
사냥꾼의 비명에 나뭇가지 위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부엉새가 화들짝 놀라 푸드덕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