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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88708000
· 쪽수 : 520쪽
· 출판일 : 2018-04-20
책 소개
목차
눈사람 보름달
검은 소리구멍
내 사랑 유경
왜곡된 시간
낯선 만남
상견례
유령해파리
시공간 이동
새로운 출발
평행우주
사탄의 피
사슴고기
노 교수의 유토피아
붕괴의 서막
대홍수
광란
폭풍전야
파국
영원한 사랑
고별
이브의 탄생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간의 뒷면?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청년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 여기 비닐봉지가 하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익숙한 것은 앞면뿐이지요. 울긋불긋한 잉크로 상표가 인쇄되어 있는 앞면에만 익숙한 거예요. 비닐봉지를 거꾸로 뒤집어볼까요? 어떻게 될까요. 비닐봉지가 갖고 있는 형태는 변하지 않지만 모습은 완전히 달라지지요? 인쇄된 상표가 전혀 보이지 않거나 아니면 글자가 거꾸로 보이지요. 바로 그거예요. 우리는 우리가 익숙한 시간을 벗어나 그 뒷면에 빠져들어 온 거예요.”
나 역시 가만히 두 손을 모으고 죽은 이들의 넋을 기렸다.
‘하나님의 충실한 사도를 제일 먼저 희생시킨 하나님의 의도는 뭐지?
낯설고 거친 환경에서 고통을 겪지 말고 하나님 곁에서 안식하라는 깊은 뜻이 있는 걸까. 그런 의도였다면 아예 이곳으로 보내지 말 것이지 뭐 하러 이곳으로 보내 놓고 보내자마자 거두어들인 걸까. 신이란 것이 정말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신이란 것이 정말 우리들 인간의 삶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조종하고 있는 걸까? 우리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신에 대해 그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우스꽝스런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날 아침 새벽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움막을 나서던 우리 공동체 식구들은 눈앞에 벌어진 끔찍한 정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여자들 몇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몇몇은 입을 가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망연히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안개 속에서 몇 개인가 사람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오며 김은기의 목이 얹힌 바위를 가로막았다. 세 사람이었다. 박민규, 박지우 그리고 홍현기였다. 박민규가 가운데 섰고, 그 양 옆에 박지우와 홍현기가 바싹 붙어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끝을 뾰족하게 간 돌창을 움켜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