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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연극 > 한국희곡
· ISBN : 9791188765560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9-09-10
책 소개
목차
제1부 대본
오페레타 「석가탑」 _ 신동엽
제2부 작품 해석
신동엽의 <석가탑>과 현진건의 『무영탑』 비교 연구 _ 이대성
「석가탑」의 두 판본과 등사본의 의의 _ 김지윤
신동엽의 「석가탑」에 수록된 가사 고찰 _ 맹문재
제3부 공연 정보 및 악보
『“오페렛타” 석가탑』 팸플릿 및 공연 사진 _ 명성여자고등학교
작곡가 백병동의 육필 악보 _ 백병동
<새 성인 나시네>의 악보 _ 정민아
책속에서
이 오페레타는 단순히 오락을 즐기는 의미에서의 가벼움이 아니라, 기존에 종교, 민족, 오락 등의 의미체계에서 벗어나는 가벼움을 선물한다. 따라서 오페레타 <석가탑>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가 붙잡고 있던 의미들을 기꺼이 포기하고 비워짐의 세계로 이행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공연으로 볼 수 있다. 18번 노래 “달이 뜨거든”에서, “우리들은 헤어진 게 아녜요/ 우리들은 나뉘인 게 아녜요”, “한가지 허무 속에 영원을 살아요.”라는 노래가 들릴 때, 독자-관객은 아사녀를 희생 제물로 바치는 모든 의미 부여의 행위를 중단하고, 불교적, 민족적, 오락적 세계의 한복판에서 자기를 낯설게 느껴지는 바깥으로 내맡기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공동체, ‘우리’에 속하게 된다.
신동엽이 헌강왕 시절이라고 시대적 배경을 설정해놓은 것은 사회 부조리가 집약되어 절정에 달하였지만 국가 지도층들은 이를 외면했던 헌강왕 때의 문제를 1960년대의 현실에 겹쳐보려는 것이라고 추측된다. 석가탑 설화는 사실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던 민중의 수난과 국가권력의 동원으로 인해 삶과 생명을 잃게 된 백성의 아픔을 담고 있는 설화다. ‘헌강왕 시절’이라고 이 작품의 배경을 특정해놓은 것은, 부조리한 세상과 사회를 고발하고 민중의 소외와 고통을 노래했던 신동엽 시인이 비판적 현실인식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신동엽 시인은 「석가탑」의 아사달과 아사녀를 통해 결국 시인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신동엽) 시인은 산문 「시인정신론」에서 현대사회에는 정치가나 이발사나 작가가 있지만 대지 위에 뿌리박은 전경인적(全耕人的)인 시인과 철인이 없다고 비판한다. 시는 언어라고 하는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낸 공예품에 지나지 않을 뿐이어서 시인 정신보다 글자를 다루는 기술에만 관심이 있다고 본 것이다. 신동엽 시인에게 시는 인식의 전부이고 생명의 발현이며 침투이다. 그리하여 시는 궁극적으로 종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동엽 시인은 이와 같은 시인 정신을 「석가탑」의 가사들을 통해 구체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구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