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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862993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21-07-24
책 소개
목차
시작하는 말 ─ 005
목동자리……우주 미아가 될 당신을 위하여, ─ 011
처녀자리……코마의 평원에 머무는 나비 ─ 021
궁수자리……오만한 현자와 거룩한 반인반수의 땅 ─ 033
백조자리……은하를 건너는 밀서와 쏟아지는 알타이르의 새 ─ 045
뱀주인자리……재생되는 낮과 밤, 아스클레피오스의 백사 ─ 057
남쪽물고기자리……물병에 갇힌 포말하우트의 이름들 ─ 067
삼각형자리……바람개비 은하에 잘린 외로운 도형 ─ 079
안드로메다자리……중력으로부터 해방되는 안드로메다의 사육장 ─ 091
오리온자리……성운의 수태고지, 트리에 걸린 첫눈과 슬픔에 빠진 거인 ─ 103
쌍둥이자리……배태하는 백조의 아이들; 북하北河의 껍질 ─ 113
작은개자리……귀애하는 나의 반려 ─ 125
컵자리……칸타로스에 담긴 주신酒神의 환각 ─ 137
까마귀자리……자오선을 회전하는 오좌烏座의 낭설 ─ 149
끝나지 않은 말 ─ 16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도시의 별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유성우를 봤다든가 소원을 빌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까마득하다. 내가 야광 별을 헤아리다 잠든 세대라고 말해도 좋겠다. 캄캄한 밤하늘을 선물해준 앞 세대를 원망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러할 것이므로.
행성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린 건 아홉 살에 본 그림책이 인상 깊어서다. 기회가 된다면 빼지 않고 달로 갈 작정이다. 내 왼쪽 골반에는 점이 빼곡하다. 엄마는 그걸 은하수라 불러주었다. 자신은 어느 추방당한 별의 지느러미거나 파란 피를 가진 외계인이라는 말을 겨울밤 귤 까먹듯 들려주었다. 내 몸에는 은하가 흐르고 유전자에는 외계가 섞여 있다. 운명론을 맹신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내가 별을 이야기하는 건 운명인 셈이다. 부디 별자리를 길들이는 시간을 즐겨주시길.
─ 「시작하는 말」
누군가가 대신 울어준다는 건 근사하지만 부끄러운 일이야. 나는 지금도 곧잘 울어. 하지만 울지 않은 척하지. 얼마나 많은 새가 당신을 위해 울어주겠어. 내게도 그런 아름다운 행성이 있었다고 해. 아주 오래된 일이라 까마득하긴 하지만. 봄이면 우리 행성에서 당신이 가장 빛났다지. 계절의 시작이자 우주가 깨어나는 시기에 당신은 천체의 가이드가 되기도 하고 여행자에게 나침반 역할을 했었다지. 말하자면 선구자였던 셈이지.
─ 「우주 미아가 될 당신을 위하여,」
쪽지를 몇 개 잡는다. 이해되지 않던 감정이 이해되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이유 모를 감정이 함께 번진다. 조금 울어도 누군가 용서해줄 것 같다. 양지바른 언덕에 쪽지를 심는다. 글자는 곧바로 색을 내며 나무가 된다. 전하지 못한 감정을 대변하는 쪽지의 행성. 땅에 닿자마자 숨을 갖는 신비로운 언어들. 발신자가 만들어낸 추상명사가 자라는 땅. 그리하여 당신에게 당도하지 못한 편지가 쏟아지고 있다.
─ 「은하를 건너는 밀서와 쏟아지는 알타이르의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