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문화사
· ISBN : 9791188907960
· 쪽수 : 412쪽
· 출판일 : 2019-11-29
책 소개
목차
1. 서문
2. 어린 시절
3. 정찬 방식
4. 주방
5. 요리사
6. 별궁
7. 아이들과 함께
8. 일상식
9. 특별식
10. 더 넓은 세상의 음식
11. 여왕의 노년
에필로그: 한 시대를 끝내는 법
부록: 주석을 달고 현대화한 레시피
책속에서
우리의 삶에서는 식사가 표지가 된다. 날마다 먹는 아침, 점심, 저녁(여기에 차를 더할 수도 있다)의 일상,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 부활절, 크리스마스 의식, 세례식, 결혼식, 장례식 등 삶의 단계들. 누구의 삶이든 음식으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빅토리아의 삶은 특히 그러했다. 빅토리아는 여왕만이 그럴 수 있는 방식으로 먹었고,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여자는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간섭하는 사람들의 말을 무시했고, 자녀들이나 시녀들을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해 실망할 때도, 군주와 의회 사이의 힘의 균형이 확고하게 기울어갈 때도, 음식에 있어서만은 확실하게 자기 뜻을 고집했다.
그래도 빅토리아가 재위한 64년 동안 음식이 생산되고 조리되고 소비되는 방식이 현저하게 바뀌어, 1837년 사람들의 식습관과 1901년 사람들의 식습관이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여러 면에서 빅토리아 시대에 현대 식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이어트의 유행, 산업 생산된 식품에 대한 우려, 레스토랑 비평가, 화려하게 장식한 요리 등이 이때 다 나타났다. 우리가 접시 옆쪽에 줄줄이 늘어선 커틀러리의 행렬을 보고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당혹해할 때 사실 후기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고, 제대로 만든 돼지고기 파이 생각이 간절할 때도 19세기 조상들하고 다를 바 없다.
과일을 게걸스레 먹던 십대 때부터, 여왕 즉위 직후 엄청난 속도로 몸무게가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다가, 결혼하고 나서 제약을 받기도 하고 다른 일에 마음을 뺏기기도 하면서, 음식은 빅토리아가 자기 삶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본 방식이었다. 앨버트가 죽은 직후, 그리고 그 이후에 삶에 대한 열정을 다시 발견하면서 음식은 위안이 되어주었고, 친구, 하인, 그리고 자식들을 먼저 떠나보냈으나 음식은 몇 안 되는 기쁨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음식은 빅토리아의 삶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비난하지도 불평하지도 않고 실망시키는 일도 드물었고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늘 무언가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