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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052065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8-09-10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며
김경희의 수필세계-박양근
1부 _ 별이 쏟아지는 개울
별이 쏟아지는 개울
금가락지
달력 세대
망치
분둑골에 내린 눈
갯도랑에 핀 찔레꽃
거연정
대나무골 아이들
보랏빛 강낭콩
할머니 약손
미숫가루
2부 _ 방을 꾸미는 여자
방을 꾸미는 여자
묵은지
보리쌀 한 되
빨간색 엑스란 내의
까치수영
뜨내기 딸 옥이
별
그리운 순아
세상에 이런 일이
그는 내 짝꿍, 아들 짝꿍은 그의 딸
3부 _ 들판에 서서
들판에 서서
해몽 가족
아버지의 바람
다단계
오빠 생각
불편한 동거
새언니
스님이 주신 백설기
목욕탕 진풍경
건강의 적신호
4부 _ 하늘은 회색으로 조각나고
하늘은 회색으로 조각나고
만선의 선장
소록도 두 천사
침묵은 영원의 작업이다
덩굴장미
선거 운동
그분의 비보
쉰의 막바지
봄꽃 잔치
그리워지는 계절
할머니의 흉터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정은 산길과 같아서 오가지 않으면 어느새 숲이 우거져 그 길은 없어진다. 우정의 길이 없어지지 않게 빗질을 해야겠다. 파피루스는 처음과 달리 속대가 제법 굵어졌다. 마치 우리들의 서툴렀던 사이가 속살이 깊어지듯.
지금도 서재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본다. 마음이 한없이 편안하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이렇게 훌륭한 서재를 두고 잠시 친구 집 베란다에 마음을 빼앗긴 것에 미안해진다.
잘난 남의 자식보다 못난 내 자식을 비교할 수 없듯이 지금 이 공간은 세상 어느 카페보다 자유롭고 포근하다. 남편이 정성껏 만들어준 아름다운 공간에 파피루스가 있고, 원목 탁자 위에 차들이 놓여 있고, 책들이 즐비하게 내 시선을 기다린다. 봄바람이 작고 큰 나무들과 속살대는 차분하고 아늑한 방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방을 꾸미는 여자> 중에서
비가 오지 않아도 좋다. 해 질 무렵 노을은 욕심 없는 마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치열했던 일과를 서서히 내려놓고 모든 것에 예속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워짐을 알린다. 서녘이 불그레해지면 저절로 어둠이 몰려온다. 이때는 하루 중 가장 순수해지고 싶은 순간이다. 그런 시간은 나를 기다리고 나는 그
시간을 좇는다. 때맞추어 강아지풀꽃 같은 순아의 그림자가
깜빡이는 저녁 속으로 달려간다
혼자 있는 공간에서는 언제든 추억과 상상이 피어오른다.
추억은 고달픔을 잊게 하고 그리움을 들추게 한다. 추억은 말
이 없는 침입자처럼 아득히 밀려와 곳간에 비치해둔 꾸러미
속을 뒤적인다. 그중에서 자주 우려내는 순아의 이름은 나에
게 들꽃같이 아름답게 남겨진 세월을 되살려준다.
<그리운 순아> 중에서
새벽안개를 가르며 산책길을 떠난다. 가까운 집 앞 해반천을 두고 성가시게 운전을 해서 먼 거리를 택한 것은 잠시라도 도심을 벗어나 보려는 심사이다. 무엇보다 들판을 통째로 만날 수 있다. 늘 같은 장소에 주차하고 걷는 시간만큼은 자신에게 솔직해진다.
인적이 드물어 굳이 차림새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아는 사람을 만날까 봐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새벽길에 만나는 사람들은 맑다. 간단한 옷차림과 가벼운 발걸음들이 홀가분해 보인다. 샛강으로 흐르는 물줄기 위에 물새들의 느슨한 몸짓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외길에서 만나는 풀꽃들이 이슬을
털어내지 못한 채 애처롭게 나를 기다리는 그들과 눈을 맞추는 것이 일과에 속했다. 오늘도 그 길을 따라 산책길을 걷는다.
<들판에 서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