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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집콕족을 위한 대리만족 역사기행)

박시윤 (지은이)
디앤씨북스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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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집콕족을 위한 대리만족 역사기행)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문화/역사기행 > 한국 문화/역사기행
· ISBN : 9791189113094
· 쪽수 : 378쪽
· 출판일 : 2021-05-15

책 소개

『우리가 몰랐던 울릉도, 1882년 여름』을 쓴 박시윤 작가가 2년 만에 새로운 역사기행문을 펴냈다. 울릉도살이를 정리하고 뭍으로 나온 그가 향한 곳은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숨은 옛 절터.

목차

책을 내며

1부 강원 영동 굽이굽이 비운의 바람이 깃들어

고성 건봉사 터 이와 같이 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고성 금수리 절터 망국의 슬픔도 어느새, 봄이더이다
고성 탑동리 절터 볼 것 하나 없으면 어떠리
속초 향성사 터 그리하여, 오래오래 눈이 내렸다
인제 한계사 터 차가운 고개 그 어디 즈음에 발길 머물러
양양 진전사 터 열두 고개가 모두 어두웠다
강릉 굴산사 터 대관령 아래 선한 바람의 진언을 듣다
강릉 신복사 터 천년 근심도 잠시 쉬어서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동해 삼화사 터 바람 부니 흔들리고, 비 오니 흠뻑 젖고
동해 거제사 터 만고풍상 깎이고 헐려도 천고토록 흩어지지 아니하고
동해 지상사 터 산산이 흩어져도 한 줌 흔적만은 남아
삼척 흥전리 절터 먼 산언저리 어이하여 쇠락을 말하는가

2부 경북 동해안 무언의 공空한 바람아

울진 구산리 절터 바람이 흔들면 못 이긴 척 따라 나섰다
영덕 쟁암리 절터 세월 가면 사라지고 묻히고 잊히고
포항 법광사 터 바람이 흔들면 못 이긴 척 따라 나섰다
경주 고선사 터 그리움은 한 곳에, 그리하여 다시
경주 늠비봉 절터 법등은 꺼지고 탑만 제 자리를 지키니
경주 용장사 터 주인 없는 허공에 발 딛고 서니
경주 감은사 터 바람은 어디에도 머물지 아니하고

3부 경남 울산 부산 벌판에 훨훨 바람 되어

합천 영암사 터 눈 감고 들었네, 바람이 전하는 말
울산 울주 운흥사 터 구름에 들었는가, 안개에 휩싸였는가
울산 망해사 터 주인 모를 승탑엔 봄꽃만 환하여라
부산 만덕동 절터 내 마음이 불편하다고 해서 어찌 그릇된 것이랴

부록 강원 북한 바람을 따라 아릿한 소멸의 땅

강원 고성 유점사 터 눈감으면 보일까, 꿈엔들 닿을까
강원 고성 적곡사 터 어디에도 없었다

닫으며
절터 길라잡이
참고문헌

저자소개

박시윤 (지은이)    정보 더보기
별이 많은 벽촌에서 태어났다. 뜻하게 않게 도회지로 나와 평범하게 자랐다. 학창시절 끓어오르는 감정을 어쩌지 못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10대를 온전히 글과 함께 보냈다. 한때 녹록지 않은 세상살이에 절어 문학과 멀어졌으나, 병을 앓으며 원고지 위로 돌아왔다. 2011년 목포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도피하듯 떠난 울릉도에서 숨어 지내다 2년 만에 뭍으로 다시 나왔다. 이곳저곳 세상 흘깃거리기도 하고 밤새워 글줄 엮기도 하면서 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는 2013 차세대예술인력육성사업 지원금을 받았고, 2019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작가로 선정됐다. 함께 지은 책으로 『우리가 몰랐던 울릉도, 1882년 여름』이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내가 건봉사를 처음 찾은 건 이태 전이었다. 얽히고설켜 세상의 굴레와 번잡함이 싫어졌다. 가장 절실했던 건 세상 밖으로의 도피였다. 마음의 안식처가 필요했다. 만상이 깃든 세상에서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틈만 나면 인적 드문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발길 닿은 곳이 황량한 공터였고, 종일 머물다 그곳이 옛 절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망한 절터를 찾아 떠돌다 건봉사에 발길이 닿은 건 우연이었다. 찾고자 했던 ‘절터’였다기보다 복원이 이미 진행된 사찰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냥저냥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선잠에서 떠돌다 보면 어느새 건봉사였다. 혹독한 겨울이면 더욱 그랬다. 웅웅거리며 창을 흔들어대던 바람 소리 끝에 건봉사가 어른거렸다. 그리하여 인연도 없는 사찰을, 잊을만하면 문득 찾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흰둥이와 함께 능파교를 건너며 내게 미소로 말 걸어 주던 앳된 스님은 잘 계시는지, 흰둥이는 또 얼마나 많이 컸는지…. 지척인 듯 선한 풍경이 나를 흔들었다.
그리하여 실로 건봉사만 들르기 위해 다시 고성에 온 것이다. 건봉사는 군사보호 구역에 포함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던 곳이었지만, 근래 건봉사를 출입하는 길만 해제됐다. 거대한 산이 남쪽과 북쪽으로 끝없이 누웠고, 그 산등선 어딘가에 휴전선이 놓였다. 금강산은 휴전선 어디쯤에서 시작하는데, 건봉사는 영산으로 손꼽히는 금강산의 초입에 있어 ‘금강산 건봉사’로 불린다. 백두대간 산세가 지극히 아름답다. 신神은 필시, 금강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자리를 비워 건봉사를 세웠을 것이다.
(고성 건봉사 터)


“휴전선 이남, 고성 땅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탑이라우. 6·25 때, 내가 피난 갔다 와도 거뜬히 남아 있었으니…. 어찌나 반가웠던지 몰라. 근데 난리 통에 많이 상했다우. 총 맞은 자국이 아직도 선명해. 6·25를 겪느라 좀 깨져서 그렇지, 내 보기엔 우리 탑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해. 가장 잘생긴 탑이라우. 잊을 만하면 이 골짜기까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고, 반갑고 말고지요.”
평생 탑을 보며 살아왔다는 영감님의 모습이 무명의 절터에 서 있는 고졸한 모습의 탑과 닮았다. 묻고 물어 어렵게 찾아온 탑은, 고성산 북동쪽 무명의 계곡 인근에 비록 돌덩이 몇 개로 겨우 쌓아 올린 듯 허술했으나, 그간 만났던 어떤 탑보다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간다. 금수리 석탑을 만난 후 무엇을 대할 때면 잘나고 못난 것에, 번성과 쇠락에 차이를 두지 않기로 했다.
(고성 건봉사 터)


오래전 누군가 한계령 그 어디 즈음에 오랫동안 잊힌 절터가 있다고 했다. 무심히 흘려들었던 이야기가 근래 불쑥 떠오른 것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골 깊은 산을 배경으로 흰 눈을 흠뻑 덮어쓴 석탑 하나가 전부인 사진이었다. 볼 것도 없는 사진에서, 눈발 날리는 한겨울임에도 고즈넉한 적요가 풍겼다. 탑과 적요는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떠돌았다. 꼭 만나야 할 인연처럼 매일 잠자리에서 한계령을 넘고 넘었다.
절터로 오르는 길은 아늑했다. 발에 감기는 촉감이 신선했다. 적당히 자란 나무 그늘에 그만그만한 풀들이 조붓했다. 폐가 한 채를 끼고 도니 우거진 나무 아래 돌계단이 나타났다. 그늘진 곳에 이끼가 잔뜩 끼어 오래 묵은 티가 났다. 과거로 향하는 통로인 듯 신비스러움마저 감돌았다.
옛날 사람들이 수없이 밟았을 돌계단을 오르니 ‘한계사지寒溪寺址’라는 안내판과 함께 너른 풀밭이 나타났다. 풀밭은 햇살을 받아 눈부셨다. ‘이 험한 골짜기에 양지바른 평지라니….’
절터는 한계령 서쪽, 설악산 서북릉과 내설악 가리봉 능선의 골짜기에 깊게 은둔하고 있었다. 거대하고 웅혼한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진 숲속에 숨어, 마치 깊은 산중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한 채의 대궐처럼 묘했다.
시공을 초월하는 통로를 건너온 듯, 북적이던 인적은 저 건너의 세상으로 밀려났다. 절터는 폐허의 시간을 넘어 원초의 것으로 돌아가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었다. 풀과 나무는 적당한 간격으로 섰고 바람의 흐름도 달랐다. 눈앞에 존재하는 신선의 땅이었다. 햇살이 산등성을 올라타고 바위를 올라타고, 나무들을 올라타고 와 풀밭에서 스러졌다. 산그늘도 내리지 않는 아침이었다. 바라보는 동안 무엇에도 걸림 없는 무한의 침묵이 밀려왔다.
(인제 한계사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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