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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128753
· 쪽수 : 71쪽
· 출판일 : 2020-06-25
책 소개
목차
영상에세이
시낭송
그림으로 읽는 동화 : 미래의 전쟁 비법
대전을 관통한 전쟁의 흔적들
낭독공연
전쟁과 가요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는 아직도 둘로 나뉘어 있다. 같은 피를 가진 형제들이, 자매들이 만나지 못한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밥상머리에 앉을 수 없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는 서로를 죽이는 전쟁으로 맞섰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납득할 수 없는 이유였다. 아니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모든 전쟁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리 없다. 광견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처럼 그저 미친 짓일 뿐이다. 그렇게 70년이 흘렀다. 시간은 온전히 한 생의 길이가 되었다. 전쟁에서 죽은 사람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남았던 사람도 이제 많이 남지 않았다. 이렇게 상처의 뿌리는 그대로인 상태이지만 전쟁이라는 직접적인 기억은 많이 흐릿해졌다. 그래서 지금은 오늘의 기억을 살펴야 할 때이다.
?「여는 글」 부분
그 사이 뗏장은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어김없이 계절은 바뀌어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함부로 구겨지고 부서진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위로
향이 스며 흐르고
쇠꼬챙이에 긁힌 검은 표지석
뼛조각을 모아둔 가건물 하나
뒤섞여 떠도는 불안한 눈빛들
가시덤불 무성한 골짜기
(중략)
이건 정말 내가 꿈꾸는 오늘이 아니다
내일은 더더욱 아니지!
지독한 여름이었다
여름인데도 살을 파고드는 한기
총성이 연이어 골짜기를 흔들어댔다
?함순례,「골령골」 부분
6·25 참전했던 사람들 중 십육만 명이 살아 있는데, 국가에서는 이들에게 월 십팔만 원 준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젊어서 청춘을 바쳤는데 십팔만 원을 준다. 당연히 십팔만 원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 어떤 노인들은 무료급식, 공짜로 먹는 데만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대전역이나 서울역, 파고다공원 같은 곳의 무료급식하는 곳만 찾아다니는 참전용사들이 많다. 그는 이런 게 억울하고 분하다.
경제 10위권이고 국민소득 3만 불인 국가에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 대한 처우가 이렇다. 자치단체에 따라서 조금씩 주는 게 있긴 하다. 대전시는 오만 원, 충남은 십만 원씩 준다. 또 자식들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그것도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지금 팔십 고령인데 직업도 없으니, 막막한 신세다. 그 당시 학도병들은 돈을 바라고 전쟁에 갔던 것은 아니었다. 나라가 망하게 생겼고 국민이 다 죽게 생겼으니 간 것이었다.
-백민정, 「그의 목소리」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