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205300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19-04-27
책 소개
목차
너와 나·12
눈부심으로·13
나무 해인·14
첫 포옹·16
하늘의 장난·17
사랑의 제물·18
용구새·19
멀리서 보면·20
화채봉과 산똥·22
수레와 마부·24
홍반 이슬·26
부분과 전체·27
아기집·28
첫 말문·30
당신의 마음 뜨락·32
눈 흘김·33
녹두꽃잎 무늬·34
초가을 밤 앵속이 싸르르 타는 듯한·36
마지막 편지·38
돌나물김치·40
축복·41
암나사와 수나사·42
눈물·43
영원한 어머니·44
거리·46
작은 여울·47
장 담그던 날·48
오징어배를 타던 날의 기억·50
별거·52
갈대꽃·53
비를 좋아하는 사람·54
내가 모를 일·55
이쪽과 저쪽·56
토담집·58
하얀 길·60
쇠뜨기꽃·61
어떤 새벽·62
서낭당 아래 청밀밭·64
그 나무·66
태풍 끝나고·67
당신에게 드리는 예물·68
각시붓꽃 피었던 자리·70
처가·71
장마 오기 직전의 하늘·72
물 안의 아내·73
초례청·74
저녁 강가·76
호롱불·78
사주·79
출생기·80
푸른 빛 푸른 세계·82
봄눈 내린 다음 날·84
홀로 타는 사랑·86
방울토마토·87
갑자기 문이 열리면·88
너와 함께라면·90
새아기·91
여우불·92
새벽 달항아리·93
그녀 가슴에 도는 아지랑이·94
유리보석·96
그 사람 마음이 급하게 움직이니·97
노랑만병초꽃·98
조양동 새마을 단칸방·100
산·101
두루거리상 바닥의 물고기·102
좀싸리꽃·104
홀로 손님·106
꽃융단·107
젖·108
모과 한 알·110
얼레지꽃·112
아내의 기도·114
슬픈 알몸 덩어리·116
그 아이·117
빚 물던 날·118
딸은 창조의 신·119
황홀한 몸을 알고부터·120
괭이밥·122
열쇠·123
소방울집·124
누워 백일몽·126
피·127
당신의 행복·128
금강석·130
내 가슴에 묻혀서 슬픈·132
한밤에 부르는 노래·134
백로의 춤·136
내 청춘에게 붙이는 시·138
우리 빙모님 첫 살림집·140
물고지엿·142
암소·143
오 눈물 같은·144
아가, 이렇게 된 것은·145
성 우파니샤드·146
최초의 투명한 빛·148
흑룡강변 엉겅퀴·150
보름달이 초생달 될 때까지·152
오직 하나인 당신·153
아내, 나의 신부·154
아가의 여행·156
■ 해설 | 호병탁
놀라운 눈, ‘현빈의 진리’와 ‘똥 덩어리’를 조화롭게 함께 보는·158
■ 최명길 시인의 연보·189
저자소개
책속에서
너와 나
너와 나는 잠시 스치는 갯바람 아니다.
우리 서로 갈잎에 우는 기러기처럼 만났어도
네가 강물이라면 나는 산이다.
그보다는 내가 강물이고
너는 거기 담겨 흘러가는 꼭두서니 풀 그림자다.
우리 서로 갈잎에 우는 겨울 기러기처럼 만났어도
나는 하루종일 네 곁에 홀로여도 외롭지 않고
삶이 괴로워도
나는 네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너의 눈동자에 이는 들냉이 내음
나는 산 그리메로 오늘도 홀로 네게 머문다.
눈부심으로
사람과
사람들
그 수많은 얼굴 속에서 나는 너를 만났다.
너는 눈부심으로 가득했다.
눈부심으로 너는 나에게 왔고
눈부심으로 나는 너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나는 너의 내력을 잘 모른다.
너 또한 나의 전력을 잘 몰랐으리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리
우리들의 조우에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너는 그때 바로 그 자리에 한 여인으로 있었고
나는 그때 바로 그곳에 한 사내로 있었다.
그것만이 우리의 환희였다.
우리의 무상한 노래였다.
너와
나
우리의 눈부심으로
나무 해인
산에 들어 처음 그 나무를 만나고서
나는 그 나무를 그냥 나무로 보았다.
몇 해 지난 다음 다시 그 나무를 만나고서는
나는 그 나무를 성자라 생각했다.
산정 거친 바위벽을 안고 몸부림쳤을
그를 깨닫고 난 후였다.
세상은 나무를 그냥 두지 않았다.
나무는 육신을 비틀었다.
가지는 떨어져 나가고 흔적만 남았다.
키는 낮아 더 낮아질 수 없다는 듯
지옥처럼 붉어 몸통 전체가
울금향을 담은 그릇 같았다.
동쪽으로 난 서너 줌의 잎사귀 타래
그것만이 살아있음을 알렸다.
천지와 어울리자면 다만 그러해야 했던가
순종의 끝은 다만 그러했던가
나는 나무 앞에서 두 손을 모았다.
천지 그 법이 얼른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산속 모든 나무가 성자,
세상의 모든 나무들은
나무 같은 사람들은 성자다.
나무를 싹 틔워 기르는 이 땅은 해인의
도독한 무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