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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89208820
· 쪽수 : 180쪽
책 소개
목차
뜻밖의 일
야외 수영장
햇살 같은 아이
첫 번째 손님
응급 상황
오래된 비밀
거꾸로 서기
계획을 계획하다
랑데부!
게임 중독?
모든 게 좋은 날
나쁜 결론
출입 금지 소동
결전의 날
마법에 걸린 밤
완벽한 알리바이
여름의 끝
리뷰
책속에서
뜻밖의 일
4월의 어느 날, 알프와 카팅카와 로비 삼 남매는 실내 수영장에서 우연히 풀장에 빠진 아기를 구해 주게 된다. 이 일이 유명해지자 동네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삼 남매를 칭찬한다. 필요 이상의 관심을 받은 탓에 피로함을 느낄 즈음, 실내 수영장 관리소장 아저씨가 삼 남매를 찾아온다. 아기를 구해 준 일에 대한 보답으로, 여름 동안 개장하는 야외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이용권을 준다는 거다. 세상에!
이제 아기는 머리카락만 살짝 보일 만큼 물에 잠겨 버렸다. 나와 카팅카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풀장 가장자리로 헤엄쳐 갔다. 나는 잠수해서 아기의 팔을 잡은 뒤 단숨에 물 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아기가 너무 조용해서, 혹시라도 죽은 게 아닌지 겁이 덜컥 났다. 다행히 아기가 곧 비명을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목청껏 울음을 터뜨렸다.
아주머니는 그제야 아기가 옆에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우리는 손을 높게 들고 아주머니에게 손짓을 했다. 아주머니는 고함을 내지르더니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곧장 우리에게로 달려왔다. 나한테서 아기를 낚아채고는 엉엉 울더니 대뜸 우리에게 욕을 퍼부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 소란을 듣고서야 안전 요원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자, 안전 요원은 아기가 물을 많이 삼켜 뇌손상을 입었을지도 모른다며 급히 구급차를 불렀다.
다행히 아기는 다친 데 없이 모든 곳이 정상이었다. 아주머니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서 우리에게 고맙다며 몇 번이고 머리를 숙였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나타났다. 신문사에서 일한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우리와 아기를 안은 아주머니를 나란히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그동안 학교에서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그날 이후로 너나없이 우리를 힐끔거렸다.
놀랍게도 며칠 후엔 실내 수영장 관리소장 아저씨가 집으로 찾아왔다. 배가 불룩 튀어나온 아저씨는 커다란 손으로 한 명 한 명 악수를 청하더니 난데없이 칭찬을 늘어놓았다. 우리는 며칠 동안 필요 이상의 관심을 받으며 시달린 탓에, 정말이지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의 생명을 구한 영웅들에게 상을 주려고 왔단다! 너희가 보여 준 용기에 뭔가 보답을 해 주고 싶어서.”
관리소장 아저씨가 기쁨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말뜻을 알아듣지 못해 그저 아저씨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자, 이번 여름 내내 야외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이용권이야. 수영하고 싶을 땐 언제든지 와!”
세상에! 우리는 너무너무 기쁜 나머지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야외 수영장은 5월 15일에 문을 연다고 했다. 지금은 4월 말이었다.
첫 번째 손님
그날 이후 삼 남매는 하루도 빠짐없이 야외 수영장에 간다. 삼 남매는 저마다 목표를 세운다. 알프는 10미터 다이빙대에서 다이빙하기, 카팅카는 1,000미터 수영하기, 로비는 물과 친해지기. 알프는 다이빙에 성공하기 위해 3미터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본다. 실내 수영장과는 다르게 고작 3미터도 어마어마하게 무서웠다! 겨우 3미터를 성공한 다음, 며칠 뒤 야외 수영장에 첫 번째 손님으로 간 날에 5미터에 도전한다. 올라갈 때부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데, 멀찍이서 구경하는 할머니들이 알프에게 훈수를 두는 거다!
야외 수영장에 첫 번째로 오면 기분이 아주 좋았다. 풀밭에는 아무도 없었다. 까마귀나 갈매기 한두 마리가 평화롭게 콩콩 뛰어다닐 뿐이었다. 풀은 보드랍고 푸르렀다. 하늘색 풀장에는 아무도, 정말 아무도 없었다. 잔잔한 물 위로 햇살이 내리쬐어 반짝반짝 빛났다. 그곳에 가만히 앉아 있노라니 무척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
아딜 형이 우리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안전 요원 중에서 유일하게 친절한 사람이었다. 아딜 형은 수영장에 손님이 없을 때면 서툰 독일어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오늘, 실패.”
우리는 챙겨 온 깔개와 짐들을 샤워실 옆 차야 아래에 내려놓았다. 차양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매우 요란했다.
비가 많이 내리긴 했지만, 다이빙 훈련을 하기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3미터에서는 뛰어내려 봤으니 이젠 5미터 차례였다. 다이빙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 멀리서 할머니 네댓 명이 풀밭을 건너오고 있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사다리를 올라갔다. 카팅카와 로비는 차양 아래에 앉아 나를 지켜보았다.
막상 5미터 다이빙대 끝으로 가서 서자, 3미터보다 훨신 더 무서웠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머리 위로는 비가 쏟아지고, 귓가에는 바람 소리가 몰아쳤다. 그리고 엄청나게 추웠다. 세상에, 5미터가 이렇게 높다니! 당장 아래로 내려가 군것질이나 하고 싶었다.
그때 누군가 고함을 질렀다.
“학생, 용기를 내!”
할머니들 중 한 명이었다. 다른 할머니들도 소리쳤다.
“그래! 멋지게 다이빙하는 거야!”
“너, 겁먹은 거 아니지?”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으니 우리도 뭔가 멋진 걸 보고 싶구나!”
할머니들은 이 상황이 꽤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오렌지색 수영복에 꽃이 달린 슬리퍼를 신은 할머니가 목청껏 외쳤다.
“할 수 있어! 얼른 뛰어!”
순간 짜증이 확 치밀었다. 나는 아래쪽을 향해 쏘아붙였다.
“그러면 할머니가 직접 뛰어 보세요!”
그러자 그 할머니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좋아!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기꺼이 해야지.”
오래된 비밀
어느 날, 미국에 사는 큰아버지가 여름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놀러 온다. 삼 남매는 큰아버지를 처음 보는 거라 조금 낯설지만 차츰 가까워진다. 어는 날, 큰아버지와 함께 수영장에 온 알프 삼 남매. 큰아버지는 어릴 적 이 수영장에서 남몰래 밤을 지새웠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알프는 혼자서 속으로 결심한다. 동생들을 데리고 수영장에 들어오고 말겠다고 말이다!
큰아버지가 나긋하게 말을 걸었다.
“알프, 심심하니?”
“네…….”
“여기에 다시 오니까 좋구나! 예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네.”
“정말요?”
“1인용 탈의실도 그대로 있는걸.”
“거긴 한 번도 안 가 봤어요. 돈을 내야 하거든요.”
“예전에도 그랬지……. 하지만 이따금 잠기지 않은 칸이 있기도 했어. 그러면 그 칸에 들어가서 몰래 담배를 피우곤 했단다. 그래, 그땐 그랬지…….”
나는 큰아버지가 소년이었을 때 어땠을지 상상해 보았다. 그때도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수영복을 입었을까? 큰아버지는 계속 말했다.
“우린 그때 쉴 새 없이 일을 꾸몄단다. 언젠가는 여기 야외 수영장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수영을 한 적도 있어. 달빛이 풀장에 내리비치는 모습이 어찌나 아릅답던지!”
나는 깜짝 놀라 큰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 밤을 샜다고요?”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안 들켰어요?”
그러자 큰아버지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그 순간, 나는 마음먹었다. 우리도 야외 수영장에서 밤을 지새우고 말겠다고, 꼭!
큰아버지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게 분명했다. 큰아버지는 그저 싱긋 웃었다. 나도 따라 히죽 웃었다. 그걸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