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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89208950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2-01-24
책 소개
목차
기차에서 태어난 아이
꿈의 낙원, 에를렌호프 김나지움
혹독한 신고식
넌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소파 밑을 봐!
새로운 포르노 스타
철로에 누가 누워 있어
인생이란 ‘앞으로’만 살 수 있는 것
리뷰
책속에서
기차에서 태어난 아이
스베트라나는 시베리아와 우크라이나를 오가는 기차 안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열다섯 살이 된 어느 날…….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필연이었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철로에 몸을 뉘었다. 다행히 그 철로 근처에서 아들의 가방을 찾고 있던 터키 남자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구한다. 그 후 소아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데…….
내 키는 173센티미터이고, 혈액형은 O형이며, 그리 밝지 않은 금발에 눈동자는 회청색이다. 어렸을 때 누구나 걸리는 자잘한 병을 빼고는 맹장염만 앓았다. 나는 원래 지극히 건강했다, 원래는……. 그리고 얼마 전부터 다시 건강해지기 시작했다. 기분도 많이 나아졌다. 지금은 아마 8월 초일 것이다.
무더위로 잠을 설칠 때마다 머릿속에 학교를 그려 보곤 한다. 여름 방학이라 학교에는 지금 아무도 없다. 아이들이 떠들어 대는 소리는 물론, 달음박질 소리나 비웃음 소리도 없다. 당연히 누군가가 무서워서 화장실로 달려가 숨는 아이도 없다.
우리 반 교실 칠판은 깨끗하게 닦여 있다. 두려움을 느낄 만한 글귀는 한 줄도 적혀 있지 않다. 내 자리에도 얼굴을 붉어지게 만들거나 분노의 눈물을 쏟게 하는 쪽지가 없다. 계단 밑에 숨어서 나를 기다리는 아이도 없고. [……]
동물들은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잔인한지 알지 못한다. 까마귀는 다른 까마귀의 눈을 파내지 않는다. 어쩌면 까마귀가 사람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
꿈의 낙원, 에를렌호프 김나지움
독일의 실업 학교에 다니던 스베트라나는 장학생으로 뽑혀, 이른바 독일의 명문 기숙 학교인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으로 전학을 가게 된다. 평소 호기심이 많고 학구열이 넘치는 스베트라나는 새 학교에 갈 생각에 한껏 들뜬다. 새 학교에서 만날 친구들과 선생님, 넓은 도서관 등을 머릿속에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데…….
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너무 기뻐서 조바심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에게 전학 갈 학교에 들렀다 가자고 졸라 댔다. 이른바 내가 새롭게 ‘꿈을 펼칠 장소’를 미리 둘러보고 싶었다. 김나지움 학생이 되어 대학 입학 자격 시험을 준비하고, 또 대학에 다닐 생각을 하자 벌써부터 몸이 달았다. 학생들 대부분이 공부를 싫어하지만, 나는 늘 공부가 쉽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운도 따랐다.
하지만 엄마는 갑자기 두통이 오는 데다 온몸이 찌뿌듯하다며 얼른 집에 가고 싶어 했다. 게다가 발이 얼음장처럼 차다고 했다. 엄마는 나를 품에 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그냥 집에 가서 편하게 있자.”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그때 벌써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 같다. 일종의 육감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리라는 것을 미리 느꼈을지도 모른다.
넌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새 학교의 아이들은 스베트라나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고 은근히 따돌린다. 우크라이나 태생인 데다 싸구려 시장 옷을 걸치는 주제에, 공부는 제법 잘해서 선생님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는 걸 보고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나는 마르시아를 뒤쫓아 갔다. 옆에 바짝 붙어 같이 뛰면서 선물을 다시 쥐여 주려고 애썼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마르시아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팔짱을 끼고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가 그걸 받으면 너도 초대해야 해. 그게 이치에 맞아. 그렇지?”
그 순간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면서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 아니, 우리는 네가 파티에 오는 게 싫어.”
마르시아는 목에 덩어리가 걸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애의 본심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본심이 무엇이든, 마르시아는 팔짱을 낀 채 나를 완강하게 밀어내고 있었다.
“머프야.”
나는 용기를 내어 속삭였다. 마르시아는 아무 말 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지 마. 쓸데없는 짓이라는 거 너도 알잖아.”
마르시아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왜 쓸데없는 거지?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어?”
눈물이 솟구쳤다. 나는 절망에 빠진 나머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 질문이 불편했는지, 마르시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가 헛기침을 하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도 모르겠어? 넌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마르시아가 몸을 돌렸다. 나는 홀로 남겨졌다. 그렇게 남겨지는 것
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