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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9271428
· 쪽수 : 220쪽
책 소개
목차
1. 깨지기 쉬운 유리병
2. 가위로 싹둑 잘라낼 수 없는 것
3. 빗속에 혼자이고 싶어
4. 어른인 척
5. 어설프게 잠긴 수도꼭지
6. 속삭이는 초콜릿
7. 농담이었어, 농담
8. 목소리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무서워하는 게…… 혼자 있는 일인 것 같아?”
그 애는 틀렸다. 내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혼자일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혼자이고 싶었다. 어두운 영화관에 혼자 앉아서 영화를 보거나 늦은 저녁, 편의점 앞 테라스에서 혼자 캔맥주를 마시거나 인적 드문 빗길을 혼자 사색에 잠겨 걷는 일을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위협의 걱정 없이 오로지 혼자 하고 싶었다.
_ ‘빗속에 혼자이고 싶어’에서
“아! 나 또 강간당했어.”
너무나 경쾌한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강의실 안을 두리번거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강의실 뒤편에 앉은 낯선 남학생이었다. 그는 옆에 나란히 앉은 또 다른 남학생과 둘이서 대화하는 중이었다.
나는 입을 벌린 채 그 둘을 한참 바라봤다. 믿고 싶지 않지만 놀랍게도 ‘강간’이라는 단어가 그들에게는 ‘게임에 졌다’는 의미였다. 무신경하고 폭력적인 그 표현에 내가 충격을 받은 때에도 그들은 서로를 욕하며 장난을 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_ ‘어른인 척’에서
회사를 나가기 전, 나는 화장실 칸막이를 한번 열어보았다. 그리고 마음을 쉴 수 있던 유일한 공간에게 이별을 고했다. 내 마음은 여전히 어설프게 잠긴 수도꼭지 같아서 꽉 잠갔다고 생각해도 눈물이 새어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괴로운 마음은 몇 방울 떨어뜨리고 나면 한결 가벼워진다. 울고 나면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길 것이다.
_ ‘어설프게 잠긴 수도꼭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