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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9317072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3-01-02
책 소개
목차
제 1부. 나라의 흥망성쇠는 하늘을 흐르는 구름과 같다.
제 2부. 전쟁에서 최고의 지략은 적의 허점을 노리는 것이다.
제 3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싸움에 위태로울 것이 없다.
제 4부. 할거한 영웅들의 기운이 자라면 세상의 빛이 어지럽혀진다.
제 5부. 하늘의 이치와 땅의 도리는 인간들의 마음에 있다.
제 6부. 나라를 유지하려면 하늘을 꿰뚫는 지략이 필요하다.
제 7부. 인간의 탐욕은 역사를 만들고 시간은 역사를 지워나간다.
제 8부. 바다는 모든 강들을 품으나 강들은 바다를 대신하지 못한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늘은 하나이지만 땅과 인간들의 마음은 조각처럼 흩어져 있었다. 대륙과 반도 사이의 산맥과 지류들은 멀어진 듯 물결치며 서로를 연결하였으나, 경계를 지어 나누는 인간들의 욕심들은 서로를 허물지 못했다.
중원의 북쪽은 황하를 끼고 번성한 제나라(북제)와 주나라(북주)의 두 세력이 균형 있게 대립하고 있었고, 중원의 남쪽에 자리한 진나라(남조)는 풍요로운 장강 이남의 지역을 지배하며 안정된 치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하 동쪽으로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세 나라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국경지대의 땅과 성들을 뺏고 뺏기는 국지전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단숨에 꺾인 기는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눌린 기세는 용맹함을 사라지게 했다. 한줄기 차가운 바람이 적막한 공간을 스쳐가자, 우렁찬 평원왕의 기합소리와 함께 서슬 퍼런 칼끝이 허공을 가르며 춤을 추었다. 칼은 공간을 베고 두려움을 빼앗았다. 날카로운 반월형 칼날이 바람을 가르며 거란족 병사들의 목을 베고 팔과 다리를 잘랐다. 여기저기서 서글픈 비명소리가 구슬프게 흘러나왔고, 쓰러진 병사들의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왈칵 왈칵 쏟아졌다. 상처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부상병들을 놓칠세라 고구려의 군사들이 한걸음에 쫓아가 모두를 척살했다.
쓰러진 병사들의 몸에서 검붉은 피들이 끊임없이 줄줄 흘러나와 어느새 땅을 흠뻑 적셨다. 한바탕의 싸움이 끝났음을 알리는 것은 땅 위에 쓰러져 죽은 시체들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같은 아지랑이였다. 잔인한 인간들의 피를 마신 땅은 붉은 빛을 토해내며 짙은 침묵을 지켰다. 깊고 비릿한 흙냄새가 안개처럼 퍼져나갔다. 땅이 인간들의 생명을 주었고, 땅이 인간들의 생명을 회수해야 만 했다. 그런데 인간들은 자연의 이치를 역행하고 있었다. 마음대로 생명을 빼앗아 무분별하게 땅에 뿌렸다. 땅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평원왕이 긴 한숨을 내쉬더니 부하들을 이끌고 전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