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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가
· ISBN : 9791189346096
· 쪽수 : 600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제1장 바그너 생애의 동기
제2장 종합예술가의 등장
제3장 종합예술가의 산실
제4장 종합예술가의 길잡이
제5장 바그너 음악의 정체
제6장 바그너의 천재성과 인성
제7장 바그너와 유대인 문제
제8장 바그너와 여성
제9장 리가로부터의 탈출
제10장 바그너와 혁명
제11장 망명으로 시작한 제2의 창작 여정
제12장 재난, 그리고 구원
제13장 바그너의 수호천사와 젊은 호적수
제14장 바이로이트로 가는 길
제15장 비판과 찬사
제16장 베네치아에서 맞은 임종
맺음말
바그너의 가계도
바그너의 음악작품 목록
바그너의 저작물 목록
연보
참고문헌
인명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바그너의 표현에 따르면 여성은 인생의 음악이었고, 따라서 작곡가인 그에게는 삶의 동반자 이상이었다. 그는 여러 여성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그들 중 바그너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친 이는 첫 아내 민나와 그의 뮤즈 마틸데 베젠동크와 두 번째 아내 코지마였다. 그는 침상이 아닌 책상에서 〈인간성에 있어서 여성다움에 관하여〉를 쓰던 중에 임종을 맞았다. 그러므로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그는 여성에게 감사 표시를 한 셈이다. 그가 쓰다 만 글은 한 문단으로 이루어진 에세이로, 마무리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이 여성 해방의 과정은 황홀한 몸부림하에서만 진행된다. 사랑은-비극이다Gleich wohl geht der Prozes der Emanzipation des Weibes nur unter ekstatischen zuckungen vor sich. Liebe-Tragik.” 과연 화려하고 다채로운 애정 드라마의 피날레답다.
니체의 바그너에 대한 저항은 그에 대한 애증의 다른 표현이며, 여기에 코지마에 대한 동경이 어우러진 것으로 보는 편이 옳다. 니체의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감성은 바그너와의 갈등 중에 광기로 나타났으며, 그의 광기는 바그너에 대한 공격을 담은 저서를 집필하는 중에 한층 깊어졌다. 니체의 문장이 갈수록 공격적이고 강건체로 굳어진 것 역시 그 영향이다. 다만 그의 바그너에 대한 반발심이 정신질환을 불러온 것인지, 정신질환 증세가 바그너에 대한 반발심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니체의 바그너에 대한 절교가 그에 대한 사랑의 위장된 표현인 것만은 확실하다.
결국 니체가 바그너를 거부한 뒤에도 바그너는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디오니소스로 남았으며, 바그너의 아내였던 코지마는 니체의 영원한 아리아드네였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심각해진 그는 자신을 디오니소스라고 여겼고, 따라서 아리아드네는 곧 자신의 아내였다. 그는 예나 대학교 부속 정신병원에 수용되었을 때 누가 여기로 데리고 왔느냐고 묻는 원장 오토 빈스방거Otto Ludwig Binswanger의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내 아내 코지마가 이곳으로 데려왔습니다.”
또한 그가 1897년부터 마지막 안식처로 삼은 바이마르의 빌라 질버블리크에서 어느 날 엘리자베트가 책을 읽어 주었을 때, 그는 바그너란 이름을 듣자 누이동생을 중단시켰다. 그러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지? 내가 그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게 맞지?”
그는 이 곡(『파르지팔』)을 작곡하면서 가슴에 와닿는 온갖 감정을 음으로 바꿀 심산이었다. 하지만 정작 악기로는 표현하기 힘들다는 걸 알았으며, 음표로 적은 악곡이 머리에 떠오른 악상을 남김없이 나타낼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이는 바그너의 아이디어가 상상할 수 있는 음악의 극한에 이르렀다는 점을 말해 준다. 그래서 그는 단순한 화음을 사용하되 악기를 다양하게 조합함으로써 관현악이 빚어내는 음색이 신비롭게 들리도록 했다. 한 예로 그는 현악기의 벨벳 효과 위에 관악기의 화음을 더함으로써 마치 은은한 빛을 받으며 공중을 부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악의 상징인 클링조르 왕국에 대한 묘사는 반음계를 사용하고 파르지팔과 성배에 대한 묘사는 온음계를 사용하여 화성의 대비에 의한 음의 드라마를 엮어 냈다. 『파르지팔』은 관현악의 승리이고, 일흔을 바라보는 작곡가가 자신에게 바친 승리의 월계관이다. 니체는 바그너가 『파르지팔』에서 “십자가에 무릎을 꿇었다”고 평했으나, 음악에 대해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드뷔시는 여기에 쓰인 관현악 기법을 가리켜 “안에서부터 빛이 나온다”고 평했으며, 이 작품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졌던 스트라빈스키도 음악에 대해서는 비판을 자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