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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89356729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2-05-31
책 소개
목차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귀나팔
옮긴이의 글
리어노라 캐링턴 연보
리뷰
책속에서
내게 귀나팔을 선물했을 때, 카르멜라는 결말을 어느 정도 예견했던 것 같다. 카르멜라는 악의적이라 할 수는 없고 다만 유머 감각이 묘할 뿐이다. 이 귀나팔은 귀나팔 중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표본으로, 아주 현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은과 자개로 상감하고, 물소의 뿔처럼 웅장한 곡선을 그리는 특출하게 예쁜 것이었다. 귀나팔의 장점은 미적인 면모에서 그치지 않고 소리를 증폭하는 성능도 대단해서 내 귀에도 일상 대화가 웬만큼 들릴 정도였다.
이 모든 것은 여담일 뿐, 내 정신이 오락가락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 정신은 오락가락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 이상으로 그러지는 않는다.
매주 사소한 즐거움이 적당히 찾아온다. 월요일에는 날씨가 온화하면 길을 따라 두 블록을 걸어서 친구 카르멜라를 보러 간다. 카르멜라는 아주 작은 집에서 조카랑 같이 사는데, 조카는 스페인 사람이긴 하지만 스웨덴식 찻집에서 케이크를 굽는 일을 한다. 카르멜라는 아주 쾌적한 삶을 살고 있고 정말이지 매우 지적이다. 손잡이가 달린 안경을 사용해 책을 읽고 나와 달리 혼자 중얼거리지 않는다. 기발한 스웨터를 짜기도 하지만 그녀의 진짜 즐거움은 편지 쓰는 것에 있다. 카르멜라는 전 세계에 있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 다음 본명이 아닌 각종 낭만적인 이름으로 편지 끝에 서명을 한다. 카르멜라가 익명의 편지를 경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효율성을 감안한 것이다. 끝에 이름을 서명하지 않은 편지에 누가 답장을 쓰겠나? 카르멜라의 섬세한 필체로 쓰인 이 놀라운 편지들은 천상의 방식으로, 항공우편으로 날아간다. 누구도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이게 바로 인류의 불가사의한 면모다. 사람들은 뭔가를 할 시간이 항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