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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디자인/공예 > 디자인이야기/디자이너/디자인 실기
· ISBN : 9791189356965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3-07-14
책 소개
목차
개정판을 펴내며
서문 / 크리스토퍼 버크
질문들
실용적인 이론
간극
사라지는 글자들
글자의 얼굴
프로세스
조각들
전통
독자의 눈
글꼴 디자인
마장마술
일탈
보기와 읽기
선택
공간
환영
신문과 세리프
레퍼토리
공존
읽는다는 것
역자 후기
주(註)
참고 문헌
찾아보기
책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세리프란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이를테면 사람들이 자동차 정비소를 방문할 때 벌어지는 일과 비슷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자신의 자동차 엔진에서 나는 소리를 듣지만 우리는 평소와 다른 소리가 날 때야 비로소 거기에 관심을 가진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정비공이 타이밍벨트에 관해 이야기하면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리긴 하지만, 사실 우리는 타이밍벨트가 뭐고 자동차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 후드를 열고 엔진을 살펴봤자 별 소용없다. 글자도 마찬가지일까? 신문 헤드라인에 사용된 글꼴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가 그에 대해 가진 지식은 기껏해야 반 무의식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의 글꼴을 바꾸면 사람들에게 꽤나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1843년 프랑스 공증인 르클레르는 책 전체를 반쪽짜리 글자로 인쇄한 짧은 책을 한 권 발행했다. 보이는 것은 글자의 위쪽뿐이었다. 르클레르의 생각은 책을 싸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글자를 반으로 나누면 원가도 그만큼 줄어들지 않겠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프랑스의 안과 의사이자 에스페란토 학자 에밀 자발은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이 실험을 통해 자발은 우리의 눈이 문장을 따라 조용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점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그는 글자의 윗부분만 봐도 글을 읽을 수 있음을 알아냈다. 반대로 글자의 아랫부분만 보는 경우에는 읽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아랫부분을 없애자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글자의 윗부분이 아랫부분보다 더 변별력이 높다는 건 분명하다.
우리가 단어를 읽거나 인식할 때 단어의 완전한 시각적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에 대해 논의할 때 우리는 항상 단어 전체, 즉 실루엣이나 윤곽을 포함한 단어의 형태 전체를 읽는다는 식으로 생각해 왔다. 단어의 일부를 흡수해서 인식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단어 전체를 읽는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