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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야기
· ISBN : 9791189478094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3-04-10
책 소개
책속에서
감독 감정원의 첫 장편 〈희수〉는 밤의 정조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영화다. 좀처럼 말이 없지만 조금만 웃어도 세상을 밝힐 듯 맑아지고 조금만 찡그려도 지금껏 버텨오던 것이 움푹 꺼질 듯한 희수의 세미한 표정을 닮은 영화이기도 하다.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는 과묵한 〈희수〉의 중심에 배우 공민정의 골똘한 얼굴이 있고 밤의 세밀한 정취가 있으며 희수의 깊은 잠이 있고, 지척에 있는 죽음의 여행이 놓여 있다. 감정원은 이 길을 어떠한 기교 없이 이어가며 우리를 인도하는데, 우린 이 여정을 따라가며 판타지라고 부르기 주저한다.
희수는 살아서도 성실한 노동자였고 죽어서야 떠난 여행 중에서도 노동하는 자이기 때문일까. 기차 소리와 파도 소리가 수시로 들려오는 묵호에서 만난 할머니, 중년 여성, 횟집 사장, 중학생 소년 그리고 그들과 각각 나눈 햇살과 해질녘의 아스라한 감정, 어둠 속의 따스함이 말갛게 바라보던 희수의 시선보다 내밀한 마음을 전달해주기 때문일까. 뒤늦게 도착한 희수의 연인 학선의 응시가 희수를 닮았기 때문일까. 무엇이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 박인호(영화 평론가), 「밤과 죽음으로부터」
사진책 『스틸 컷, 희수』는 영화 속 뒤엉킨 시간을 세 개의 시간대로 정렬해 나간다. 영화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뒤엉킨 시간의 실뭉치들이 책에선 세 개의 공간으로 분할되어 풀어진다. 시간이 일면 ‘해소’되기도 하는 이 책은 그래서 영화 〈희수〉에 대한 해석본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동시에 감독 감정원이 희망했듯이 독립된 사진책으로 감상해도 좋다. 영화에 관한 책을 만든 북디자이너 리처드 홀리스는 말했다. “어떤 책도 영화 그 자체가 될 순 없다.”영화와 책의 시간은 다르다고 말했다. 영화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고 보여줄 수 없던 것을, 책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없고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정지된 장면들을 갖고서 세 개의 시간대를 선명하게 구축하는 방식이었다.
평행은 곧고 반듯하고 질서정연하지만, 꺼림칙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두 선은 만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운데 공간은 두 선이 끝내 만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보다 주목해 주기를 요청한다.
- 전가경(사월의눈), 「영화 〈희수〉를 관통하는 세 개의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