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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898045
· 쪽수 : 149쪽
· 출판일 : 2019-07-0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제1부
시판돈 작은 섬으로 가겠네 12
북정, 흐르다 14
모슬포 국숫집 16
문득, 봄 18
자작나무 이파리 흔들리는 날 19
메콩, 루앙프라방 20
길상사 꽃 공양 22
달랏역 24
비어 라오 26
콩로 동굴 마을의 안개 28
오월에 눈이 내리면 30
동박꽃 31
봄 32
물골, 그 집 33
제2부
호박꽃 36
삶 37
여름 38
꺼호족 옛 마을에서 39
여주 40
가을 하루 42
안흥에는 삼척바위가 있다 44
성북동 입새의 버즘나무 46
디미방 48
북한산 내린 줄기 물 맑은 학교 50
낙화 1 52
예순 53
낙엽송 54
퇴직 이후 56
황홀 57
바람 부는 날 세상 끝에 와서 58
제3부
골목 62
영순씨네 집 매화나무 63
성북동에게 66
해동 꽃 농원 68
도라지 타령 70
성주,?원주 72
청년회장 토마토 74
성 밖 사람들 77
촌놈들두 휴가 가유 78
시바 버스 80
따지고 보면 82
명천의 림 선생께 84
수학여행 86
양지꽃 88
나, 50대 90
제4부
비탈집 96
지게 98
세상 밖 세상 100
신기루 102
락즈엉 마을의 커피 농장 105
미토 106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108
수박은 저마다 가격표를 새기고 110
행복 112
수오이띠엔 113
참파, 참파, 참파 116
성북동 산 3번지 그 집 117
나무의 살점을 보다 120
낙화 2 121
탐푸칸 가는 길 122
봄날은 간다 124
발문 - 신현수 127
저자소개
책속에서
<물골, 그 집>
종일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물골 그 집에 앵두꽃 피었다
문은 잠겨 있고
저 혼자 봄바람에 팔랑거리는 현수막
‘감자전 한 접시 (3장) 1만원’
소주 한 병은 공짜란다
주인은 없고 큰 개 한 마리
멀뚱멀뚱 낯선 이 바라보는
그 시선도 이승의 것 같지 않은 봄날 하루
먼 데서 밭 가는 트랙터 소리만
잠든 햇살을 깨우는데
뒷산 솔바람 갓 핀 진달래 꽃잎만
간질이는데
주인장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혼자 핀 앵두나무 그늘에 앉아
꽃내음 안주 삼아 낮술을 기울이면
천천히 흐르는 시간, 느릿느릿 지나는 바람
사는 일은 더없이 막막하지만
때로 이렇게 흔들흔들 건너가는 것도
그저 헛된 일만은 아니라고 속삭이는
이 세상 풍경 같지 않은
물골 그 집에 앵두꽃 혼자 핀
이 봄날
<성북동 산 3번지 그 집>
그리운 것은 모두 두고 온 그 마을에 있으니,
성북동 산 3번지 비탈길을 오르면 나는
세월을 거슬러 소년이 된다
서울에 올라와 처음 집을 갖게 된 아버지는
마당 귀퉁이에 작은 화단을 꾸몄다
농부인 아버지의 기억이 담겼던 그 집
삼백만 원에 샀던 무허가 블로크 집에서는
한겨울이면 대접의 물이 꽁꽁 얼었다
세월처럼 바래고 낡아 마침내는 제 몸조차 가누지 못했던
그 집
세 살짜리 계단을 걸어올라 한참 숨이 차야 만날 수 있던 녹슨 철대문과
비가 오는 날이면 청량리역에서 기차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던 다락방
한양도성을 마주보며 양지바른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 마을에서
나는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마침내는 아버지가 되었다
성북동 산 3번지
철거반과 맞서 똥물을 퍼부으며 싸웠던 사람들이 눌러 살던 곳
제 몸을 부숴버린 블로크 대신
새로 벽돌집을 지은 아버지는 담장 아래 장미를 심었다
오월이면 담장을 넘어 늘어지던 장미는
재개발의 광풍을 먹먹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버지와 함께 심은 향나무도
늙어 숨을 거둔 그 집
집집마다 대추나무 한 그루씩 심어 가을을 맞았던 그 동네
이제 젊은이들은 마을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버리고
나이 든 어른들만 옛 집처럼 늙어가는 곳
3번지를 날던 비둘기가 사라지고 남은 하늘은
오늘도 여전히 청청 눈부시다
그리운 것들은, 다 두고 온 그 마을에 있으니
성북동 산 3번지 비탈길을 오르면 나는
시간을 거슬러 소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