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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898465
· 쪽수 : 135쪽
· 출판일 : 2021-01-29
책 소개
목차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본질 11
투쟁 12
야산에 누운 무덤들 13
지리산 14
민들레 피었네 16
해갈 18
호수 20
동면 22
맹그로브 나무 24
배설 26
매미 28
치욕의 시 29
보이지 않는 것 30
제2부
‘예수’의 꿈 33
모형 십자가 34
내 마음에 산사 하나 지어놓고 36
마음을 담는다 38
어머니 40
사랑 41
부활초 42
누군가의 얼굴 44
혹한에 얼어붙은 강 46
포옹 48
만추 50
엄동설한 폭설을 배경으로 51
제3부
저물녘 57
가을아침 58
그해 첫눈 60
아가야 62
고풍 64
심야 66
터널 68
찔레꽃 69
지금 70
장마 71
내 이름은 정세훈 78
단풍 들 때 80
제4부
불면의 노동 83
울 아버지 밤대거리 가시던 길 85
진짜 술맛 91
아가의 장난감 92
심호흡하는 언덕마루 94
꽃구경 95
아기 개나리 98
어머니의 재봉틀 100
팔푼이 102
밥 103
가을 길 104
대중이가 울었단다 106
우리들의 못난이 108
ㅣ해설ㅣ 이성혁 111
저자소개
책속에서
<동면>
전철역엔 함박눈 대신 스산한 겨울비가 내린다
이른 아침 출근길을 적시었던
때아닌 겨울비가
깊은 밤 뒤늦은 귀갓길 광장에
번들번들 스며들고 있다
가까스로 빗방울을 털어낸
고단한 발길들
승산 없는 생의 승부수를 걸어놓고
총총히 빠져나간 불빛 흐린 전철역사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듯
방울방울 떨어지는 낙숫물이
얼어붙은 노숙자의 잠자리를
실금실금 파고들고
정해진 궤도를 따라 달려온
마지막 전동차
비 젖은 머리통을 숨 가쁘게 들이밀고
들어온 야심한 밤
생이 무언지 제대로 젖어보지 못한
우리들의 겨울날은
때아닌 겨울비와 통정을 하며
또다시 하룻밤 동면에 들어가고 있다
<단풍 들 때>
나의 생이여 즐거운가 그렇다면 그 즐거움은
단풍 들 때 동맥 끊듯 끊어지거라
행여 도적같이 지나온 전생이었든
혹여 찰나같이 닥쳐올 내세이던
차마 하지 못하고, 못 할 사랑
엉겁결에 저질러놓고
행복에 겨워 있다면 그 행복 단풍 들 때
가을볕 수수 모가지 잘라지듯 잘라지거라
천상의 고통이 지상으로 내려오고
지상의 고통이 천상으로 올라가는
그리하여 머지않아 발가벗겨질 온 천지가
울긋불긋 울긋불긋 단풍 들 때
나의 생이여 아름다운가 그렇다면 그 아름다움은
단풍 들 때 마른 지상에 물 번지듯 지워지거라
<본질>
지상의
새 떼가 다급히 어디론가 날아간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뱀들이
떼를 지어 밖으로 기어 나온다
잉어들이 자꾸만 물 위로 뛰어오른다
개들이 한꺼번에 마구 짖어댄다
그 순간
보이지 않는
깊숙한
지구 내부에서
험한
지진과 해일의
전조현상이
꾸물꾸물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