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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89995096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9-06-17
책 소개
목차
1장 꼬리 자르기
2장 거품 시대의 입행 동기
3장 색깔 없는 돈
4장 마지막으로 웃는 자
5장 검은 꽃
6장 은행 회로
7장 수족관 구경
에필로그 아버지의 나사
리뷰
책속에서
“지금 자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나! 융자과장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아? 이제 그만 자네 잘못을 인정해!”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아사노를 향해 한자와는 냉정하게 반론을 펼쳤다.
“제게 책임이 있다면 순순히 인정하겠습니다. 그건 융자과장으로서, 은행원으로서, 더 나아가서는 직장인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 책임이 아닌 것까지 사죄하는 건 오히려 부끄럽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자와, 자네는 융자과장 자격이 없어!”
옆에서 듣고 있던 에지마가 그렇게 말하며 끼어들었다. 이 녀석에게는 자기 의견이란 게 없다. 아사노가 하는 말은 뭐든지 옳고, 아사노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는 추종자일 뿐이다. 한자와는 에지마를 무시하고 계속 아사노의 표정을 관찰했다.
아사노는 악의를 잔뜩 담아서 말했다.
“한자와, 이제 다음은 없어. 그렇게 생각해.”
― '5장 검은 꽃' 중에서
사장이란 자리는 고독하다.
주머니 사정이 좋을 때는 주변에서 떠받들어주지만 궁지에 몰리면 그때부터는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더구나 연대보증이란 이름하에 모든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돈이 떨어지면 인연도 떨어지는 법이다. 그것은 은행도 마찬가지다. 한자와만 해도 정말로 돈에 궁한 상대에게 신용으로?즉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준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신용 상황이 극단적으로 나빠졌을 때, 대출을 해주는 것은 담보가 있을 때뿐이다.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고 비난을 하든, 대출을 중단하고 자금을 회수한다고 손가락질을 하든, 담보가 없으면 외면하는 곳이 은행이다.
“부탁합니다. 이번만, 이번 한 번만 도와주실 수 없겠습니까?”
사장이 무릎을 꿇고 이렇게 사정해도 인정으로 “그렇게 하지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은행이란 조직이 돈을 빌려주는 것은 돈을 갚을 수 있는 상대뿐이다.
― '4장 마지막으로 웃는 자' 중에서
“갑작스럽긴 하지만 다음 주 수요일부터 현장감사가 있다는군. 그렇게 알고 급히 준비해주겠나?”
에지마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은 도마리를 만난 다음 주의 일이었다. 표정이 심각한 것은 감사 결과가 관리직인 자신의 평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잘 들어. 안 그래도 우리 지점은 서부오사카철강 건으로 본부에 찍혔어. 만약 현장감사 결과가 나쁘면 ‘그것 봐라’라고 할 거야. 자네도 곤란해질 거고. 반드시 좋은 평가를 끌어내야 돼. 앞으로 5일간 죽을힘을 다해 준비하게.”
감사의 표적은 어디까지나 한자와였다. 그들의 계략을 알고 있는 한자와의 눈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에지마의 당황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에지마는 눈을 삼각형으로 만들며 다그쳤다.
“융자과장인 자네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곤란해. 반드시 잘해야 해. 지점장님이나 내 얼굴에 먹칠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그때는 책임져야 할 거야.”
‘지금부터 책임 운운할 문제가 아니잖아!’
한자와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덩치만 크고 머리는 텅 비어 있는 에지마 따위를 상대해봤자 어쩔 수 없어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 '3장 색깔 없는 돈'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