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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003261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0-04-05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2p
1부. 이토록 솔직한 아홉 살 인생
저학년과 고학년, 극과 극 10p
교실 문을 열며 16p
이토록 솔직한 아홉 살 인생 22p
꿀 같은 쉬는 시간 29p
밤편지 (1) 36p
밤편지 (2) 45p
밤편지 (3) 51p
시트콤 (1) 59p
시트콤 (2) 64p
2부. 반짝임 줍는 교실살이
흔들리고 헤매는 신규 교사 70p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 사람인가 84p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이고 싶다 89p
교실에서 어린이들에게 옮다 95p
누가 어린애인지 모르겠다 101p
사람이니까, 상처를 받는다 106p
‘오답공책’을 버릴 용기 111p
때로는 ‘답정너’가 될 것 115p
회복은 힘이 세다 119p
반짝임 줍는 교실살이 123p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홉 살 어린이들의 질문 공세는 무서웠습니다. 이른 아침, 나는 아직 정신도 덜 깨어났고, 가방도 옷장에 넣어야겠고, 컴퓨터도 켜야 하며, 일단 몽롱한 머리를 깨우려 입에 커피를 넣어야 할 것 같은데.... 어린이들은 잠시 피해 도망 온 화장실까지 따라오며 쉴새없이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질문공세를 피할 수 있을지 궁리했습니다.
'칠판에 할 일을 친절하게 적어두자. 내가 잠깐 안 보이거나 대답 대신 칠판을 가리키면 이걸 읽고 행동하겠지?'
그러나 그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린이들이 물으면 칠판을 가리켜주기도 했지만, 어떤 어린이들은 내 손가락만 빤히 보고 다시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이건 마치... 질문 지옥에 갇힌 것 같군....!'
마치 '코딩'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는 나름대로 자세히 설명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지 못한 곳에 늘 어린이들의 질문이 버티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명령어를 덜 만들었어….)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엉뚱한 너희들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는 건 참 재미난 일이야.
내 안에도 너희처럼 생생한 목소리를 내는 꼬마가 있을 텐데, 개구리 올챙이 적은 정말 기억이 안 나나봐. 그래도 작은 것을 더 자세히 보게 되고, 유치한 것에도 감탄하며 울고 웃게 되는 요즘, 이게 너희 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그 우스운 상황에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과 말을 하면서 몰래 빵 터지는 웃음을 겨우 참아내고, 선생 노릇을 하는 게 참 간질간질 괴로울 지경이지.
너희도 스스로 웃긴지 콧구멍을 벌름벌름하면서 참는 걸 보며 속으로는 이런 괴상한 역할극이 어디 있나 싶다니까. 하지만 만날 내가 너희랑 같이 바닥을 디굴디굴 구르며 미친 듯이 웃을 수도 없는 걸 어떡해? 이렇게 반쯤은 진지한 척 하며 넘기는 수밖에.
아니, 도대체 이게 왜 재미있을까? 하는 일에 자지러지듯 웃고 쓰러지는 어린이들. "이게 진짜 재밌어?" 라고 어이없다는 듯이 놀려보려 해도 순수한 얼굴로 해맑게 "네! 진짜 재밌어요!" 해서 말문이 막히곤 했다.
고학년에 비해 작은 동기에도 몰입해서 잘 움직이고, 반면 조금만 수준 높은 단어나 농담을 거의 못 알아듣는 이 꼬마들이 참 이해가 안 되었다. (코딱지, 똥, 방귀 같은 단어를 쓰기만 해도 그들에겐 최고로 재밌고, '야 이 말랑말랑 코딱지야!'가 심한 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라? 내가 이제 그들과 비슷한 이유로 웃고 비슷한 감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아기 엄마가 된 기분이 이와 비슷하려나? 어쩌다 만화영화를 보게 되면 슬랩스틱 개그 부분에서 웃음을 터뜨린다. 분명 개그*서트를 화난 듯한 무표정으로 보다가 지루해서 꺼 버리고, 슬랩스틱에 재미를 전혀 못 느끼던 나였는데. 어느새 어린이들에게서 웃음 많은 것이 옮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