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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0187206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0-04-24
책 소개
목차
2019년 모기향
2013년 가마
2007년 김초밥
2001년 높은음자리표
1995년 하나마루
1989년 소프트아이스크림
리뷰
책속에서
헤이세이平成(1989. 1. 8. ~ 2019. 4. 30가.) 끝났다.
2019년 4월 30일, 이날을 마지막으로 헤이세이는 화려하게막을 내렸다.
상사인 오리에 씨가 말하길, 국왕의 서거로 쇼와昭和(1926.12. 25. ~ 1989. 1. 7.)가 끝날 때에는 병상에 누운 국왕이 언제 임종을 맞을지 몰라 일본 전체가 반년가량을 자숙 분위기 속에서 지냈다고 한다.
헤이세이 2년(1990년)에 태어난 나로서는 역사 교과서에서 볼 법한 이야기였다. 국왕이 생전 퇴위를 희망하며 연호 변경일을 사전에 정한 헤이세이의 마지막 해는 자숙은커녕 크게 들뜬 분위기였다. 새 연호로 넘어가는 시점에 있다는 것은 축제 기분에 젖게 했고, 이는 틀림없는 경사였다.
"멀어지셨습니까?"
한 할아버지가 나에게 물었다.
"아, 아니, 멀어졌다기보다 길을 잃어서……."
거기까지 말하다 말고 문득 지금 내 상황을 표현하기에 '멀어지다'는 말만큼 적합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지금 나는 멀어졌다.
현재 다니는 회사로부터. 일로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부터.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다른 한 할아버지가 "저런저런"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할아버지는 잽싸게 일어나 일렬로 줄을 맞추고 나에게 인사했다.
"저는 소토마키이고."
"저는 우치마키입니다."
자세히 보니 동그랗게 말린 앞머리와 귀밑털이 각자의 이름을 대변하고 있었다. 나중에 붙은 별명일까? 아니면 본명에 맞는 방향으로 머리를 만 걸까? 두 사람의 털끝을 멀거니 쳐다보며 버릇처럼 명함을 꺼내려다가 그만두었다. 이건 업무가 아니다.
"지금이 절호의 찬스입니다."
인물이 훤칠한 점원이 말했다.
그 말에 숨은 의미는 바로 알았다. 소비세가 오르기 전에 사라는 소리다. 2014년 4월 이후에는 모든 상품의 소비세가 8퍼센트가 된다. 가계를 지키는 주부로서 이 사태는 마음이 불편 할 수밖에 없다.
2013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수선한 연말과 보너스철을 노려 여기저기서 '지금이 기회!'라며 새삼스레 야단법석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