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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0187237
· 쪽수 : 298쪽
· 출판일 : 2022-05-31
책 소개
목차
1. 거리 끝에 내리는 비
2. 밤하늘에 녹아드는 목소리
3. 문 너머 세상
4. 재회와 참회
5. 씻을 수 없는 잘못
6. 전해지지 않은 목소리의 행방
7. 세상 끝에서의 만남
8. 52헤르츠 고래들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내일 날씨라도 묻듯 가벼운 어조로 유흥업소에 나갔었느냐고 했다. 나는 유흥업소라는 말이 순간 낯설어 두 눈을 끔벅이다가 이내 말뜻을 알아차리고 반사적으로 남자의 콧대를 겨냥해 따귀를 때렸다. 찰싹, 하고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이 남자가 미쳤나!”
“그런데 왜 야쿠자의 칼에 찔렸다고…….”
묻다 말고 불현듯 짚이는 데가 있었다. 그 개인병원이다. 상처 부위가 너무 아파 진통제와 항생제를 받으러 간 곳.
“이런 미친! 개인 정보를 그냥 흘렸단 말이야?”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이건 소송감 아닌가?
“상처는 사실이야?”
무라나카가 놀란 듯 물었다. 그 얼빠진 얼굴을 째려보며 말했다.
“어차피 그쪽도 떠벌리고 다닐 거잖아. 아, 몰라. 야쿠자에게 쫓기는 유흥업소 여자든 성인물 배우든 좋을 대로 말해. 어떻게 생각하든 난 상관없으니까.”
무릎을 다시 끌어 모으고 눈을 감으려 했을 때 물을 튀기며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나도 모르게 방어 자세를 취하는데 새먼핑크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아이가 우산도 쓰지 않고 걸어왔다. 놀다가 갑자기 비가 와 집에 가는 길일까?
“얘, 여기 있다가 비가 잠잠해지면 가지?”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얼굴 생김새는 모르겠지만 어깨까지 기른 머리나 선이 가는 몸을 보아 중학생 정도 되는 여자아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