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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디어 마이 프렌즈 1](/img_thumb2/9791190224857.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224857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1-07-2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미안하지만, 난 당신들이 궁금하지 않아요
2.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3. 델마와 루이스처럼
4. 삶은 우리를 배반한다
5. 혼자 할 수 있어요, 혼자 살 수 있어요
6. 아픔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7.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한때!
8. 차라리 꿈이나 주지 말지
9. 꼰대들, 진짜 염치도 없다
10. 다만 외로웠을 뿐
11. 감히 어린 내가 뭘 다 안다고
12. 삶이 쌓여 인생의 주름을 만든다
13. 왜 미워하지도 못하게…
14. 쥐어뜯고 싸워도 친구니까 괜찮아
15. 박완, 이제 그만!
16. 알아서 하게 내버려둬
17. 몰라줘서 미안하고 미안해
18. 죽어서도 뜨거운 화해는 가능하다
19. 바람이 분다, 파도가 친다
20. 되돌아갈 수 있는 길, 되돌아갈 수 없는 길
21. 늙어 좋은 게 뭔 줄 아냐?
22. 엄마도 없고 딸도 가고…
23.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24. 내 인생은 내가 주연이야
25.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
26. 언제나 지금처럼 내 옆에
27. 삼십 년 전, 그날의 비밀
책속에서
“기억 안 나? 나는 너무나 또렷이 기억나는데, 그때 일. 엄마, 그때 왜… 나 죽이려 그랬어? 들판에서.”
엄마는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설 마 내가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모 양이었다. 지금껏 한 번도 내 입에서 그때 일을 떠올린 적이 없었으니까. 그건 내게 무시무시한 비밀이었다. 말을 해서는 안 되는 엄마의 그림자, 암묵적으로 엄마가 내 안에 봉인해버린 비밀. 나는 오늘 그날의 엄마 그림자를 그녀 앞에 끌어냈다.
충남은 분에 못 이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성재는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달랬다.
“야, 앉아.”
“오빠가 서! 내가 왜 싫은데”
충남의 기세에 눌린 성재가 엉거주춤 일어서며 말했다.
“난 희자가 좋아. 넌 동생. 괜히 나 좋지도 않으면서 심술 맞게 그러지 말고, 네가 좀 나서서 희자랑 나 사이 좀 거들어.”
성재는 충남의 진심을 알아채지 못하고 오히려 그녀의 속을 뒤집어놨다.
“둘이 주연이고 내가 조연이냐”
싸늘하게 굳은 충남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성재는 그녀의 진심을 조금이나마 알아차렸다. 충남은 그동안 가슴 설레던 자신이 억울해 계속 쏘아붙였다.
“옛날에도 나한테 희자 언니한테 쓴 연애편지 전해달라더니 늙어서도…. 내가 웃겨? 만만해? 내 인생은 내가 주연 이야! 어디서 거들래”
충남은 잔뜩 화난 얼굴로 퍼붓고는 쌩하니 자리를 떠났다.
석균은 눈물이 차올랐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나 앉아 휴대폰으로 피가 흐르는 제 얼굴을 찍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떨어져 지저분해진 순영의 사진을 하나하나 닦아가며 챙겨 넣었다.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딸을 위해 싸우리라 독하게 마음먹으며 석균이 밖으로 나갔다.
건물을 돌며 적당한 물건을 찾던 석균이 어디선가 삽을 들고 와 사위의 차로 다가갔다. 사위에게 꺾인 팔이 아프고 바닥에 쓸린 얼굴이 쓰라렸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았다. 지금껏 맞고 살면서 친정에 한마디 하소연도 못했을 딸을 대신해 석균이 사위의 차를 삽으로 내리쳤다. 삑삑삑! 차에서 시끄러운 경보음이 울렸지만 석균은 멈추지 않았다.
차가 부서지고 찌그러질 때마다 사위가 휘두르는 매질에 무너져 내렸을 순영의 몸과 마음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다. 차를 몽땅 때려 부수고야 경찰차가 도착했다. 경찰서로 가는 동안 석균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위 몰래 녹음해두었던 파일을 켰다.
‘그래, 좀 때렸다. 아니, 좀 많이 때렸다. 어쩔래? 이 사진에 내가 때렸단 증거 있어? 없지’
잡음 하나 없이 녹음된 사위의 목소리를 석균은 듣고 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