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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91190314305
· 쪽수 : 15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센강이 낳은 도시 파리
파리의 다리
석조 건물의 기억
철의 시대
끝없이 펼쳐진 영감의 거리들
이상의 대로, 전설의 광장
파리의 사람들
파리의 밤
파리의 지붕
도시의 오아시스
과거의 파리, 이후의 파리
흐르는 계절 따라
파리 지도에서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존중받을 만한 대상에겐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한다. 이 새로운(neuf) 다리(pont), 퐁뇌프는 펠릭스 발로통의 유화에 모티프가 되었을 때 이미 그런 대우를 받은 지 오래였다. 1577년 공사를 시작해 1607년에 완공된 이래 늘 그 자리를 지킨 유서 깊은 퐁뇌프는, 오래되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객관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근거들이 있어 중요한 가치가 있다. 퐁뇌프는 센강의 두 연안을 연결한 최초의 석재 구조물이자, 외곽 순환 도로의 두 고가 다리를 제외하고 파리에서 가장 긴 다리(238미터), 인도를 갖춘 최초의 다리다. 작품에서 발로통의 표현은 정제되어 있다.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그려진 루브르 박물관 동쪽 측면이 그림에 없다면 시점의 위치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도시의 주변 경관 역시 육중한 다리 하부가 가린 강물과 마찬가지로 또렷이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파리의 다리’ 중에서
생라자르역으로 이어진 폭이 넓은 선로 위를 지나는 유럽교는 봄날의 오전 분위기에 젖어 있다. 화가가 작품 오른쪽 부분에 그늘을 만들어 왼쪽 부분의 빛을 더 부각한 덕분에 처음 이 작품을 보면 감상자의 시선이 더블린 광장을 둘러싼 오스만풍 건물 정면까지 깊숙이 들어간다.
그림 오른쪽에는 흰색 작업복을 입은 한 노동자가 철도 수송 광경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그리고 왼쪽에는 인도의 중심을 차지한 세련된 커플이 챙 달린 모자를 쓰고 뒷모습을 보인 다른 노동자 한 사람을 막 지나치고 있다. 이 두 계층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서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실크해트를 쓴 멋쟁이는―혹시 카유보트 본인이 아닐까?―작은 양산 안에 몸을 숨긴 도도한 동행인에게 모든 관심을 쏟고 있는 반면, 일터를 빠져나온 노동자들이 철재 교량에 모여든 모습이 대조적이다. 사회적 계급에 대해 알 리 없는 개 한 마리가 역사를 통해 처절하게 대립한 두 진영의 관계를 확인시키듯 그림 맨 앞쪽에 있다는 사실은 함의하는 바가 있다. 카유보트가 그림을 그릴 때 코뮌의 비극[1871년 노동자 중심의 혁명 정부인 파리 코뮌이 정부군과의 전투에서 학살당한 사건]이 여전히 모두의 기억에 남아 있음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 ‘파리의 다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