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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382663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2-06-27
책 소개
목차
언니의 첫인사: 나는 늘 혼자였다
동생의 첫인사: 나는 얼음이 되곤 했다
1. 하루가 빨리 흘러가버리길 바랐다
초승달 모양의 손톱자국
시간은 쌓여갔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김 굽는 날
비밀 놀이터
나의 동생 여주에게
날 닮은 너
“잘 자라줘서 고마워”
때론, 투명인간이 되고 싶었다
나와 다른 너
어린 나를 안아준다
노을
나의 언니 여진에게
2. 성장통은 성장기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마음껏 외로워질 수 있는 시간
발
후회하게 될 줄 알면서도
나의 바이올린
쌈짓돈
새로운 꿈, 치유
나의 동생 여주에게
눈 위의 삼남매
두 사람이 울던 약국
동그라미 그리려다
나의 계춘할망
문신 아이
바나나가 너무 맛있어서
나의 언니 여진에게
3. 그렇게 조금씩 내가 되었다
아침에 만난 머핀 요정
밥 아저씨
입술 안에 감춰둔 소망
작고 소중한 등줄기
심장에게 말을 건네다
나의 동생 여주에게
공생
얼음땡
혼자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줌싸개
장지 가는 길
나의 언니 여진에게
당부의 글
리뷰
책속에서
집 밖에서 아이들은 서로 친구가 되었지만, 나는 늘 혼자였다. 본의 아니게 외톨이가 되는 일은 이미 일상이었지만 매번 창피하고 싫었다. 동시에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울타리 안에서 마음 편히 있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초등학교에서는 툭하면 앞자리부터 쭉 교과서 지문을 큰 소리로 읽어나가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내 순서가 다가올 때마다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심란해졌다. 모두가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상황에서 우물쭈물 침묵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순서가 되면, 내 짝꿍도 듣기 힘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 몫의 정해진 문단을 읽어 내려갔다. 어서 선생님이 “그만” 하고 다음 차례로 넘겨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면서 말이다. 안 그래도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인데, 친구들 모두 귀 기울여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나는 이미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이상한 아이였고, 그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늘 싫었다.
나는 외로운 얼음 소녀였다. 집만 벗어나면 얼굴을 포함한 온몸이 굳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온몸이 굳었으니 웃는 일도 우는 일도 거의 없었다. 목소리를 바깥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무척 큰 노력이 필요했다.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목소리를 내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불편했다. 나를 쳐다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싫었고, 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겁났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펼쳐지는 것이 두려웠다. 언니와 나는 약속이나 한 듯 집 밖에만 나서면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우리는 얼음쌍둥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