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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91190406215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4-05-24
책 소개
목차
시작하며
01 쪽방촌에 살다
1. 입주
2. 돈
02 사회 복지 시설, 쪽방상담소
1. 적응
2. 나눔
3. 중독
4. 재개발
5. 쪽방 이코노미
03 사회 운동 단체, 사랑방
1. 적응
2. 공동체
3. 재개발
4. 투쟁
04 종교 기관, 개신교 교회
1. 적응
2. 나눔
3. 재개발
4. 목사
05 수난의 공간
06 대안을 위한 제안
1. 구심력
2. 원심력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지난 2019년부터 5년 동안 쪽방촌, 쪽방 거주자, 일선 지원 기관 들을 참여관찰 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지속적으로 대화해 왔다. 그리고 2022~2023년의 1년간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가 여름부터 다음 해 여름까지 총 다섯 번의 계절 동안 거주하면서 거주자들과 부대끼며 살았다. 부대낌은 친밀함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참고 싸우고 놀고 도움을 주고받다가도 사소한 문제로 관계가 틀어지고 회복되는 등 문자 그대로 지지고 볶고 사는 것이었다. 이 책은 혈기 왕성한 한 30대 젊은이가 모종의 기자 정신을 가지고 부족하나마 자료를 이곳저곳에서 수집하며 쪽방촌을 장기간 촘촘하게 공부하고자 한 흔적으로서의 르포이자 '쪽방촌 표류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동네는 술 중독자들이 널브러진 곳이예요. 청년은 아무리 돈이 없어도 여기 와서 배울 게 없어. 웬만한 담력 없으면 그냥 돌아가요."
쪽방을 구하려고 부동산에 들어가면 중개사는 육안과 목소리의 식별을 통해 방문객의 빈곤층 여부를 순간적으로 구분해 낸다. 그는 상대가 빈곤층이 아니라고 감지하면 '일반인'이 왜 이곳에 들어오려는지 특유의 검문을 실시한다. 특정 목적을 가지고 '쪽방 체험'을 위해 잠입하는 기자들의 방문이 잦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개사는 그런 기자에게는 잠시 머무르려는 목적에 부합하는 가장 극단적으로 열악한 쪽방을 의도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쪽방촌이 낭만적 공간이 아님을 역설한다. 정말 가난하기 때문에, 돈이 없어 여기밖에는 갈 데가 없을 때 와야 하는 동네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쪽방촌의 안팎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즉 쪽방촌은 스스로 지독하게 가난하다는 의도를 몸으로 입증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된다.
쪽방 건물은 들어가는 순간부터 찌든 냄새가 강하다. 낙후된 건물에 퍼진 짙은 곰팡이 냄새, 적층된 먼지 및 담배 냄새와 관리되지 못한 공용 화장실 냄새가 섞여서 풍기는 특유의 악취다. 환기되지 못하는 쪽방의 공기는 바깥보다 나쁘다. 거주자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혐오할 이 냄새에 적응할 뿐이지 결코 강하지 않다. 세입자들은 냄새를 제거하려고 복도에 물을 뿌려 씻겨 내려가도록 하는 방법으로 조치하나, 물이 금방 마르지 않아 곰팡이가 번식하기 더 좋은 환경이 된다.
복도를 거쳐 들어가는 쪽방은 외견상 도배가 되어 있어 정돈된 상태지만 내부에는 수십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가 있다. 습도가 높은 여름철이든 빨래를 걸어 둔 겨울철이든 습기가 차면 도배된 쪽방 벽지를 뚫고 검푸른 곰팡이들이 잔뜩 드러난다. 거주자들은 빨래를 좁은 쪽방에 걸어 곰팡이를 번식시키거나, 복도에 걸어 찌든 냄새가 옷에 배는 상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