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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456111
· 쪽수 : 362쪽
· 출판일 : 2020-05-18
책 소개
목차
횃불이 별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5월 14일
다치지는 마라
양동시장
꿈꾸는 사람들
불온한 밤
5월 15일
민주화 성회
들꽃같이 들불같이
술친구
지형정찰
5월 16일
경찰과 학생
횃불 시위
출동 전야
연극반 친구
5월 17일
꽃다발
계엄군 투입
야만의 밤
피신
5월 18일
분노의 아침
금남로 최루탄
깨지는 꿈
불타는 차
5월 19일
오! 하느님
첫 발포
학운동 청년들
호소문
우리가 폭도냐?
5월 20일
가두방송
시민들 일어나다
차량 시위
한밤의 총성
5월 21일
순진한 협상
도청 앞으로
2차 차량 시위
집단발포
총을 구하다
시민군 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 청년은 도망치다 붙잡혔는지 허리띠로 손발이 함께 묶인 채 신발을 입에 물고 있었다. 일부 공수부대원은 공원 앞 식당에서 국밥을 먹고 있었다. 팀장인 듯한 중사는 엎드린 청년들을 보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낮술을 마셨다. 나상옥이 그 앞을 지나가려고 하자, 한 아주머니가 달려와 붙잡았다.
“젊은 사람덜을 무조건 잡아다가 족치고 있응께 가지 마씨요.”
순간, 나상옥은 ‘젊은 사람들을 잡아다가 족친다’는 아주머니 말에 부아가 치밀었다. 지나칠까, 말까 망설였다. 그러는 사이에 한 공수부대원이 나상옥에게 말했다.
“빨리 꺼져!”
그래도 나상옥이 버티고 있자, 공수부대원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M16소총을 멘 공수부대원은 1미터짜리 긴 박달나무 진압봉을 들고 있었다. 나상옥은 맨손으로는 버겁겠다 싶어 슬그머니 피해버렸다. 월산동 집으로 돌아온 나상옥은 분을 삭였다. 그런데 한 번 치민 분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적개심 같은 것이 막연히 솟구쳤다. _2차 차량 시위 중
한일은행 저쪽에서도 공수부대원들이 나타났다. 이른바 앞뒤 쪽에서 공격진압하는 협공작전이었다. 이제는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아니었다. 시위대는 금남로 이면도로나 골목으로 피했다. 진각도 일고여덟 명의 젊은 청년과 힘껏 뛰어서 전남체육사로 들어가 셔터를 내렸다. 공수부대원들이 금남로의 시위대를 제압했는지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폭도들은 자수하라! 폭도들은 자수하라!”
전남체육사 안으로 피신하고 있던 청년이 욕을 했다.
“니들이 폭도제 우리가 폭도냐? 씨발 놈들아!”
진각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욕이라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밖은 한동안 정적이 흘렀으나 다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시위 학생이나 시민을 붙잡아 진압봉으로 두들겨 패는 듯했다. 그리고 상가 셔터를 군홧발로 차는 우당탕 소리가 났다. M16소총 개머리판으로 찍는 둔탁한 소리도 연달아 들려왔다. 진각이 숨어든 전남체육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셔터를 군홧발로 차는 소리가 났다.
“개자식들아, 빨리 나와! 부수고 들어간다.” _우리가 폭도냐? 중에서
두 번이나 ‘호소문’을 읽은 박금희는 그래도 공수부대원들이 광주시민을 총칼로 찔러 죽인다는 부분에 수긍하지 못했다. 도청에서 벌어진 일도 공수부대원이 대검으로 여대생의 유방을 건들이며 희롱했지 찔렀다고는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저녁을 막 먹고 나서였다. 벽시계가 8시를 가리켰다. 남광주시장 부근에 사는 학교 선도부 부원인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남광주시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공수부대원들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전화였다.
“금희냐?”
“응.”
“골목에서 언니 친구 미자 언니가…….”
친구는 더 말을 잊지 못하고 울었다. 선도부 부장인 박금희보다도 더 당찬 친구인데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뒷말을 꺼내지 못하고 흐느꼈다. 박금희는 놀란 채 다독였다.
“차분허게 얘기해봐.”
“공수가 칼로 미자 언니 가슴을 찔렀어.” _호소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