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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0457415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5-08-15
책 소개
목차
1장 기묘한 첫 만남
2장 수상한 초대
3장 기억의 냄새
4장 마녀와 책방지기 고양이
5장 기억을 읽는 책장
6장 마도카, 사라진 이야기
7장 축복과 저주
8장 나의 맹세
9장 해빙 : 이야기의 끝과 시작
리뷰
책속에서
어미와 누이 둘 그리고 형 하나. 다들 오렌지빛 털에 갈색 줄무늬가 있거나 회색 털에 검은 줄무늬였지만, 나만은 온몸이 새까맸다. 발바닥까지 검은 내 모습을 본 어미는 그 일관된 빛깔에 감탄하며 말했다.
“새까맣고 참 예쁘구나.”
큰누이도 비슷한 말을 했지만, 나로선 이미 전생에 수십 년을 함께해온 털빛이라 이제 와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무뚝뚝한 나를 보며 형은 “정말이지, 귀여운 구석이 하나도 없네” 하며 투덜대고는 자신의 털을 꼼꼼히 손질했다.
어미의 젖을 먹으면서 나는 서서히 기억을 되찾아갔다.
_[1장] 기묘한 첫 만남
“에리카를 봐서 넘어가긴 하겠지만, 연장자에 대한 예의조차 없는 그 태도는 빨리 고치는 게 좋을 거야. 불쾌하거든.”
에리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상대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가치관은 내다 버린 지 오래인 나에게 이 담갈색 고양이의 말은 와닿지 않았다. 나는 앞발의 털을 천천히 다듬으며 녀석의 말을 대충 흘려넘겼다.
그러자 담갈색 고양이는 아까보다 한결 누그러진 말투와 차분함을 조금 되찾은 목소리로…… 아니, 정확히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뭐, 조만간 너도 북두당(北斗堂)에 오게 될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은 총총히 자리를 떠났다.
대체 뭐야, 저 녀석.
_[2장] 수상한 초대
무엇보다 내가 주인으로 인정해도 좋다고 생각한 건 그 사람, 오직 한 명뿐이었다.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사람에게 이름을 받고 싶었다.
그와 짧은 생을 함께했던 증거가 그에게서 받은 이름으로 남기를 바랐다. 내가 그렇게 간절히 원했고, 그토록 강력하게 바랐다는 그 사실 자체가 진명을 남길 만한 존재라
는 명백한 증명이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진명을 받고 싶었다. 그러니까 적당히 지은 이름 따위는 싫었다.
그런데도 그는 끝내 내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그것이 단순한 변덕 때문이었는지, 고집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 특유의 방임주의적인 성격의 결과였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이름을 가지기로 했다. 그가 나를 잊어도 좋다. 하지만 나는 그를 잊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필명이 아닌 본명을 내 진명으로 삼기로 했다.
‘긴노스케(나쓰메 소세키의 본명이 바로 나쓰메 긴노스케다.)’라고.
_[3장] 기억의 냄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