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한국전쟁 이후~현재
· ISBN : 9791190498630
· 쪽수 : 404쪽
· 출판일 : 2024-10-30
책 소개
목차
개정 증보판에 부쳐
들어가며(초판)
제1부 강남 개발이 시작되다
1. 개발 이전의 강남
‘강남’이란 지명이 생소했던 시절│강남 개발 시대가 임박하다│서울에 편입된 잠재력 넘치는 땅│초창기의 설익은 꿈들│강남의 ‘대지주’였던 가톨릭 서울대교구
2. 자동차 시대를 예비하다
경부고속도로가 깔리다│그린벨트 제도가 만들어지다│강남의 첫 번째 다리: 제3한강교│고속버스터미널이 자리 잡다
3. 강남을 만든 수방 사업
을축년 대홍수와 이어지는 수해│한강 남쪽 강변을 정비하다│황금알을 낳는 거위: 공유수면매립과 택지 조성│아파트 지구가 만들어지다
4. 강남 건설
커지는 개발 규모│허허벌판에 도로가 깔리다│더 많은 다리가 이어지다│강남구의 탄생│아파트 시대가 시작되다│아파트 재벌들의 흥망│강남으로 모여드는 국가기관│대형 병원의 메카가 되기까지│교회와 성당 이야기│진짜 강남의 시작: 반포 주공아파트 1단지
5. 8학군의 신화
강남으로 모여드는 명문 학교들│자의 반 타의 반│명문 학교들의 개척 시대│신생 학교들의 굴기│사교육 1번지 대치동 소사(小史)
6. 개발 초기의 풍경
초기 강남의 랜드마크들│초창기 강남을 노래하다│초기 거주자의 증언
제2부 더, 더 커지는 강남
7.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그리고 잠실
개발 이전의 잠실│잠실 개발이 시작되다│지하철 2호선, 강남을 관통하다│아시안게임과 올림픽│잠실야구장과 주경기장│한강종합개발│예술의전당 이야기│코엑스 이야기│아시아선수촌아파트│강남 3구의 탄생│올림픽선수촌아파트│롯데월드의 탄생│지하철 3호선, 남북을 관통하다
8. 소비 특별시 강남
강남의 첫 핫플레이스: 방배동 카페골목│갈빗집과 패스트푸드점│백화점 기업들의 요람│강남의 길거리 캐스팅과 연예 기획사│외국 설계 회사들의 지배
9. 더, 더 커지는 강남
괴인 정태수, 수서 개발을 준비하다│수서 임대아파트 단지의 그늘│분당 신도시 건설
10. 강남의 부촌들
강남의 첫 번째 부촌: 압구정동│강남의 또 다른 얼굴: 서초동│가장 강남스럽지 않은, 그러나 가장 강남다운 청담동│다양한 얼굴을 가진 삼성동│서래마을
11. 강남의 허파들
봉은사│선정릉│헌인릉과 대모산│청계산과 우면산│양재천│도산공원│서리풀공원│매헌시민의숲│한국 현대 공원의 신기원: 올림픽공원
12. 강남의 그늘
청와대 경호실이 앞장선 땅 투기│부동산 투기와 복부인의 등장│불패의 강남 부동산│강남 정치 이야기│끊어진 다리: 성수대교│무너진 백화점: 삼풍백화점 참사│룸살롱과 조직폭력배│폭탄주 이야기│강남의 빈민촌│강남의 ‘기피 시설’들│대마왕 전두환│여전한 수해 위험│비인간적인 도시
13. 현재의 강남
아파트 구조의 변화│주상복합 열풍: 도곡동 초고층 주상복합│재건축 아파트│아파트의 브랜드화│성형수술의 메카│삼성타운과 새로운 스카이라인│신사동 가로수길│황금 노선 또는 지옥철: 지하철 9호선│강남 스타일│주춤하는 강남 아파트 재건축│테남과 테북
14. 서울시 도시기본계획과 강남
도시기본계획이란│2000서울도시기본계획과 강남│2011서울도시기본계획과 강남│2020서울도시기본계획과 강남│2030서울플랜과 강남
제3부 강남들
15. 작은 강남들
여의도: 강남의 원조│노원: 강북의 ‘실패한 강남’│목동: 강서의 ‘성공한 강남’
16. 강남의 영향
자동차 시대에 잃어버린 것들│강남에 역전당한 강북: 뉴타운 재개발 문제│강남을 닮고 싶어하는 지방 도시들
마치며
강남 개발사 연표
도판 저작권 및 출처
참고 문헌
찾아보기
책속에서
뽕밭이었던 잠원동은 무가 자라기 좋은 모래 토질이어서 무 농사가 잘되었고, 서초동은 미군과 서울 사람이 사가는 화초를 키우는 꽃동네였다. 압구정은 배나무 과수원골이었고, 도곡동은 도라지 특산지였다. 청담동은 이름처럼 물 맑은 청수골이었다. 가장 기름진 땅인 개포동, 일원동 일대에서 난 과일과 채소들은 품질이 상급인 데다 산지가 가깝기까지 해서 서울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다. / 한강 나루를 오가는 나룻배들은 과일과 채소, 그리고 한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가득 싣고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개포동, 일원동 일대의 주민들이 서울 시내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지금의 타워팰리스 부근 양재천변에서 ‘엔진배’를 타고 탄천을 따라 올라가 뚝섬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이 부근에서 서울 시내까지 육로로 걸어가면 거의 1박 2일이 걸렸다고 하니 그 정도로 강남은 오지였다.
공유수면매립 공사는 봉이 김선달이 환생해도 놀랄 정도로 무조건 남는 장사였다. 건설 비수기인 12월부터 4월까지 노는 중장비와 노동력을 이용해 첫해에는 우선 제방만 쌓아두고, 다음 해 비수기에 모래를 퍼부어 공유수면을 매립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지 위에 자신들이 직접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거나 땅을 그냥 국영기업체나 정부 투자기관에 일괄 매각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건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장사였다. 이런 식으로 한강변은 강변도로에 이어 아파트 숲이 되어갔다.
박종규의 질문은 간단명료했다. “헬기로 돌아본 지역, 즉 과천, 서초, 강남, 잠실 중에서 어느 곳이 가장 장래성이 있고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윤진우는 탄천 서쪽이 가장 유망한 것 같다고 답했다. 바로 오늘날 강남구가 된 땅이었다. 박종규는 “그러면 그쪽을 사 모아”라고 지시했다. / 약 2주 후 윤진우가 그 일을 거의 잊고 있을 때 시장실에서 연락이 왔다. 갔더니 “제일은행 고태진 전무실에 가면 돈을 줄 테니 받아와서 우선 그 돈으로 땅을 사 모아”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 “높은 곳에서 나온 자금으로 땅을 사 모으고 땅값이 어느 정도 상승하면 되팔아서 갖다 바친다. 이 사실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매우 높은 분 한둘과 김현옥 서울시장, 그리고 자기만이 알고 있는 특급 비밀”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윤진우는 흥분했다. 당시 청와대는 누구든 생사여탈을 자유자재로 하는 절대 권력이었다. 윤진우는 ‘그 어른에게 잘 보이면 출셋길이 훤하게 뚫린다’고 생각하니 흥분 때문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