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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036
· 쪽수 : 268쪽
책 소개
목차
거기, 나그네 방황 끝나는 곳
Oh Danny Boy와 클레멘타인
끝내 정지용의 ‘향수’
어느 김정숙 씨
세 李 씨의 사랑과 우정
제독과 서전트박(Sergeant朴)
동명이인도 이쯤 되면
OO부대와 여자 이야기
죽고 나서
‘비목’을 좇아서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약간 색깔이 든 안경을 썼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제갈종천이 흘리는 눈물을 보고, 스튜디오 안의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했으리라. 그들이 팔순의 노인에게 열거하지 못할 기나긴 사연이 있는 줄 몰랐음에야.
그로부터 월 1회 그는 부*을, 아니 방송국을 찾았다. 중동역이 부* 시내인 사실도 알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민감했던 정서도 누그러뜨려지고, 되레 정이 들어가는 것 같아 흠칫 놀라기도 하였다. 그게 간사함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 그 도시 쪽을 보고 오줌도 누지 않겠다는 결심은 어디 가고, 그 도시 한가운데 기독교 방송국에서 바지춤을 내리다니…. (「거기 나그네 방황 끝나는 곳」)
그래도 어머니가 워낙 억척스러웠다. 초가삼간 뒤의 땅을 마련하여 손바닥 크기의 땅을 개간해 가며 겨우 입에 풀칠을 한 것이다. 참, 오죽 답답했으면 아버지가 삼천을 낳았을 때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아이고, 고마바라. 마누라가 이번엔 고추 하나 뽑아냈네. 하지만 궝구 하나 늘었지만 우째 되겠지. 이름을 ‘삼천리’에서 ‘리’ 자는 빼버리고 삼천으로 하는 기라. 자갈밭이라도 좋으니 삼천 평, 아니 그 반의반 땅이나 마련해 보라는 아비 소원이다.”(「Oh Danny Boy와 클레멘타인」)
그로부터 태무에게는 색소폰이 친구를 넘어 반려자 수준으로까지 격상되었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태무는 색소폰을 몸에서 떼지 않았다. 출근까지 한가로운 시간이 있을 때면 태무는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아래 위층에 사는 사람들이 직장인이고, 그 자녀들 또한 학생이라는 걸 아내가 일러 주었다. 어느 시간대에 연습을 하면 항의가 안 들어온다는 사실쯤은 태무도 꿰뚫을 수밖에. 태무의 말대로 이것도 혜안 아닐까?(「끝내 정지용의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