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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456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1-08-0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가비와 낭이
동패와 단패
골세
총호사의 고민
대사공(代沙工)들
낭청 정동설
세곡선단
침몰
예선군
나그막
대탄바위
여울넘이
거슬러 오르는 사람들
고쳐 쓰고 나서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비가 양근 땅의 건지산에 온 지 삼십여 년 넘는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되어있었다. 건지산 바위계곡은 비가 오기만 하면 하늘에서 받은 물을 한 방울도 땅속으로 품지 못하고 흘려보내서 골짜기에 물은 금방 불어났다. 사월에 돋아난 푸른 새순을 적시며 순식간에 내린 소나기 한줄기는 마른 바윗골을 채웠다. 흙이 없으니 티끌도 없어 내린 물은 맑았다. 물이 흐르는 골 앞에는 겨우 비만 가릴 정도로 쳐놓은 석수작업장 초막이 있는 데, 그 앞에서 가비가 데려다 키우고 있는 조그마한 딸애가 단비를 반가이 맞으면서 추녀 끝으로 줄지어 떨어지는 빗물을 모았다. 빗물은 작은 도랑을 이루어 바윗골 계곡으로 모여들었다.
박병산은 광주와 양주 땅을 만나는 합수머리 병탄에서 보면 양근강을 끼고 남서쪽으로 맞닿은 곳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인데, 광주에서 북으로 달려온 산줄기가 양근강을 못 건너고 주저앉았으니 그 한이 돌의 단단한 응어리로 맺어 머무른 형상이다. 그 끝자락이 석산이라 양근 고을 부잣집에 쓰일 석물을 만들어 대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만드는 돌은 뜰에 놓는 댓돌이기도 했고 섬돌이기도 했고, 주춧돌이기도 했고 빗돌이기도 했다. 또 아녀자들이 사용하는 다듬잇돌, 돌절구, 맷돌과 연자매까지도 만들었다. 석수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석물을 만들어 대고 겨울 밑에 농사지은 곡식을 받아와 겨울을 났다. 겨울에는 일거리가 없어 여름내 만들어 놓은 물건을 내가는 데, 지난해에는 너무 가뭄이 들어 모두들 어려운 판에 돌로 사치할 엄두를 못 내니 덩달아 배를 곯은 것은 박병산에 석수들이었다.
잔잔한 수면은 월계탄을 지나 청탄까지 이어진다. 물길이 이대로만 간다면 대여가 오르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대탄에 이르러 예상했던 대로 강을 가로막은 커다란 바위가 버티고 있었다. 공조판서 이정영이 지도 위에 대탄쯤 되는 곳에서 붓에 먹물을 찍어 산 모양의 바위를 그려 넣었다. 어쩌면 물 가운데 이런 바위가 있는가. 옛날 물길이 생기기 전에 땅바닥이었을지도 모르는 이곳에 심이 깊게 박힌 바위가 주변에 흙을 모두 쓸어가고 쓸쓸히 홀로 남아 강을 지키고 있었을 테니 씻겨간 세월이 얼마인가. 강물이 수이흐름을 시샘하면서 목을 조이고 앉아있는 바위가 추상같은 조정의 칼날 선 명에도 굴하지 않고 세월을 지켜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