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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0526593
· 쪽수 : 293쪽
· 출판일 : 2021-12-1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토사구팽 / 10
우주 원리를 담은 문자 / 17
천지동근 물아일체 / 26
길 잃은 길 / 30
억겁의 인연 / 39
동병상련의 정 / 47
경계(境界) / 61
벽란도 / 70
아첨과 음모 / 75
석학과 조우 / 81
개안 된 세상 / 89
입지(立志) / 100
꿈같은 날들 / 121
업보 / 134
칩거 / 147
결초보은 / 155
텅 빈 우주 / 163
무심 무념의 설법 / 169
보쌈 / 174
재회 / 181
밀랍 주조 / 186
묘덕 계첩 / 200
무심의 대 명당 / 208
출가 / 218
천붕지통(天崩之痛) / 232
비망록, 직지로 피어나다 / 241
길을 내다 / 256
해설
간절한 염원이 피어올린 직지의 세상 / 김성달 / 265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금부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놀라지 마라.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느니라. 너는 어려서 봉황과 연꽃문양이 있는 강보에 싸여 내게로 왔구나. 말을 시작하면서 나를 아비로 공양주를 엄마로 불렀지.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내게 왔지만 나는 너의 재롱에 빠져서 참선도, 중이라는 것도 다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모든 것을 세월이 덮어주더구나. 묘덕 계첩도 받고 했으니 이제부터 너는 사내아이니라.”
묘덕은 개안이 된 듯 눈이 뜨이고 정신적으로 굉장한 부자가 된 것 같이 기뻤다. 근본도 모르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감히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당대의 훌륭한 석학들과 같은 배 안에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벼슬아치에겐 백성이 안전에도 없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위인들이라는 묘덕의 고정관념이 당장에 깨졌다. 밥값을 제대로 하는 선비다운 벼슬아치들과 눈이 마주치자 묘덕은 가슴 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깍듯한 묵례를 보냈다. 이런 기회를 주신 부처님께 합장했다. 정안군 나리와 큰스님께도 다시 한번 큰 고마움을 느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자식은 부모 팔자를 닮는다지만 근본도 모르는 업둥이가 또 업둥이를 생산할 수가 없어. 뿔이 있는 짐승은 이가 약하다고 하는 각자무치(角者無齒)라는 말이 떠올랐다. 한 사람에게 두 가지 기회나 복을 다 주지 않는다더니 모처럼 큰 뜻을 세우고 일을 시작하려는데 이 무슨 변고인가….
십여 년 딱 한 분만을 연모했는데 사미승한테 생각지도 않는 큰 실수를 범하여 엮이고, 이십여 년 오매불망 나만 생각했다는 그분을 따라가야 한다니 참 기구한 운명이다. 하긴 그토록 정안군이 나를 원하고 자식을 원하니 어찌 보면 잘된 일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