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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760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2-04-28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피할 수 없는 길
홀로가는 길, 영면(永眠)
연애는 신기루
결혼을 부탁해요
빛나는 유산
불멸의 DNA
그 집
방구석 코난이 뿔났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신은 왜 젊은 생명을 지켜주지 않을까?’
‘신은 도대체 있기나 한 걸까?’
느닷없이 빼앗긴 청춘의 생명이 안타까워서 하늘에 대고 삿대질을 할 때도 있었다.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억울한 죽음을 애도 할 때마다 너무 일찍 내 곁을 떠난 아버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끔 피골이 상접된 몸에 각종 의료 기구를 매달고 생명을 부지시키는 고령 환자를 볼 때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유모를 화가 치밀기도 했다. 그 상태로 연명 한다는 게 생지옥이지 싶었다.
‘신선한 공기를 더 이상 마실 수 없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의 맛을 느낄 수 없고, 육즙이 흐르는 고기 씹는 맛을 즐길 수 없고, 배설의 쾌감을 느낄 수 없게 되고, 아름다운 시를 낭송할 수도 없고, 감미로운 음악을 감상 할 수도 없고, 아기의 보드라운 뺨이 주는 행복한 촉감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면, 도대체 무슨 근거로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중환자가 죽어 나간 빈 침대 위에서 온갖 생명 연장기구를 매단채로 허망하게 숨졌던 아버지의 환영이 보이기도 했다. (「피할 수 없는 길」 중에서)
그러나 서연이 바쁜 일정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불 꺼진 집에는 적막이 흘렀다. 컴컴한 방에 불을 밝히고 TV의 볼륨을 높여서 고요함을 쫓아내지만, 사방에 송진처럼 들러붙은 쓸쓸함은 좀처럼 떨어지질 않았다.
집요하게 맴도는 첫사랑의 잔상이 서연을 더 고독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매정하게 차 버렸던 첫사랑에 대한 죄책감은 형벌처럼 뼜속 골수에 박혀버렸다. 실연에 방황하던 첫사랑의 취중 실족사에 서연이 결코 무관하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빈한 첫사랑을 배신하고 재물의 유혹에 넘어갔던 서연의 결혼생활이 불임증과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막을 내리게 된 것은, 사랑 없는 결혼을 택했던 어리석음에 대한 형벌이라는 죄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서연은 주홍글씨처럼 이혼녀의 문신을 가슴에 새긴 채…, 어떤 사랑에도 빠져들지 못했다. (「홀로 가는 길 영면永眠」 중에서)
유라를 여생의 동반자로 간절히 원했던 철민과는 다르게, 유라는 그와의 만남 횟수가 거듭 될수록 울 속에 갇히는 느낌이 들었다. 철민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샘물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본심을 확인했다. 유라는 그저 작가와 독자와의 인연으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결혼에 집착했다. 그의 집착과 속박감이 싫었던 유라는 서둘러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유라는 차마 그의 얼굴을 맞대고 이별을 말 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또다시 무너져 내릴 그의 어깨를 지켜볼 용기가 없었다.
유라는 그들의 매신저였던 스마트폰의 카톡으로 정중하게 이별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작도 카톡이었으니 끝냄도 카톡’으로 하는 게 오히려 쉬웠다.
“우리의 카톡 만남은 한낱 신기루였어요.”
계절이 세 번 바뀔 무렵에 철민의 스마트 폰을 향해서 ‘사라진 신기루의 현상’을 착잡한 기분으로, 신중하게 선택한 단어들을, 한자 한자 고심하며 찍어 보냈다. (「연애는 신기루」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