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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 씨의 사은파티

소설가 구보 씨의 사은파티

이우상 (지은이)
도화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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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 씨의 사은파티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소설가 구보 씨의 사은파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913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2-09-22

책 소개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우상 작가의 소설집으로 여섯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중편 소설을 싣고 있다. 소설 정형의 진수를 보여주면서도 특유의 재치있고 활달한 화술과 유희적인 문법으로 기존의 엄숙한 통념을 보기 좋게 박살내고 있다.

목차

단편
소설가 구보 씨의 사은파티 / 07
나팔과 잣대가 있는 풍경 / 35
그리운 시냇가 / 61
쥐라기의 사계 / 95
아름다운 난동 / 121
아니? 왜? 천진암 / 147

중편
첫사랑 / 177

작가의 말 / 264

저자소개

이우상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북 의성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울음산> 당선. 장편소설 <비어있는 날들의 행복(1, 2권)> 소설집 <바이칼 여신> <소설가 구보 씨의 사은파티> 역사기행 <조선왕릉, 잠들지 못하는 역사> <앙코르와트의 모든 것> 외 다수. 1996년 문학의 해 기념 불교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동국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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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1은 초등학교. 여분으로 가지고 있는 자신이 쓴 소설책에 10억짜리 수표를 끼워 등기로 보냈다. 주소와 발신인은 적당하게 썼다. 시골에서의 아련한 추억과 큰 차별 없는 유년시절을 보내게 해준 데 대한 감사다. 교장 선생님께, 유용하게 사용하십시오. 컴퓨터 구입, 급식은 나라에서 잘할 것이고, 어디에 쓸까 고민해서 사용하십시오. 제 머리로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선생님들끼리 분빠이해서 따까마시하지는 마시고. 그렇게 한다 해도 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저는 11회 졸업생입니다.
2는 중고등학교. 역시 소설책에 오억짜리 수표를 끼워 보냈다. 교장 선생님께, 등록금 오천 원을 못 내서 교실에서 쫓겨난 적 있습니다. 당시엔 어쩔 수 없는 조치였겠지요. 나를 쫓아낸 선생님도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습니까. 유용하게 사용하십시오. 선생님들끼리 분빠이하지 마시고. 저는 2회 졸업생입니다.
3은 대학교. 5만 원권으로 현찰 3억과 소설책 한 권을 택배로 보냈다. 총장님, 학교 발전기금입니다. 장학금 한 번 받지 못한 우울한 문학 지망생에게 장학금으로 쓰면 좋겠습니다. (「소설가 구보 씨의 사은파티」 중에서)


자정이 넘었다.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는 사명감 앞에 고스란히 놓여있을 뿐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피로감은 표적이 불분명할 때 더욱 가중되는 것인지 전신이 욱신거렸다. 짜증을 은폐해야된다는 강요에 전신이 옥죄듯이 쑤셨다.
무료가 깊어지는가 싶었는데, 걸걸한 목소리를 앞세운 사내 둘이 어깨동무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충성! 수고하십니다아! 민중의 지팡이께 용무 있어 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그들은 대뜸 거수경례를 올려붙였다. 자욱한 연기 속에 가라앉아 있던 군상들이 눈을 멀뚱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 또 무슨 물건인가하고 가죽잠바들의 눈빛에 짜증이 자욱했다. 훤칠한 키에 정장 차림의 사내가 반팔셔츠를 입은 사내를 껴안듯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부축을 받아야 할 쪽은 정장 차림의 사내 같은데 오히려 그가 반팔셔츠 사내를 휘감고 있었다. 정장 사내한테서 술 냄새가 확 풍겼다. 그들은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상석에 앉은 대머리 가죽잠바 앞으로 비틀거리며 함께 걸어갔다. (「나팔과 잣대가 있는 풍경」 중에서)


삼십대 후반이란 우리의 나이는 금방 분위기에 친숙해질 수 있는 경륜을 갖추고 있었다. 그녀 역시 우리 또래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 않았다. 스스럼없다는 것은 모질게 말하면 뻔뻔스러움이겠지만 한편 여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일 것이다. 막힘이 없다는 건 어쩌면 그토록 갈구하는 깨달음의 한 모습일 것이다.
새로운 신도에게 김 교수는 그 특유의 현학적 어휘를 휘두르며 장광설을 펼쳤다. 여인은 조금씩 발그레해지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가지런한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기도 했다. 치열이 고른 하얀 이를 반쯤 보이게 웃는 웃음만큼 아름다운 얼굴이 있을까. 그녀의 부신 얼굴을 바라보며 저마다 온갖 추측들로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리운 시냇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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