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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629409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4-10-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4
1. 풀을 먹이다
몸살만 남았다 • 13
말․말․말 • 18
양말 파는 남자 • 24
늙은 장자 • 29
주름도 웃는다 • 35
마른 꽃 • 40
풀을 먹이다 • 46
찰랑찰랑 • 51
완두콩을 까다 • 55
녹차의 시간 • 61
2. 매화역
자갈치 스케치 • 69
서 있는 여자들 • 75
꽃무늬 바지 • 80
공중전화 부스 • 85
매화역 • 90
울기 좋은 곳 • 94
까치와 왜가리 • 99
분실물 • 105
말랑말랑해지다 • 111
그때, 그 바람 • 116
3. 책 읽는 남자
풍란 • 125
책 읽는 남자 • 131
낯선 손님 • 136
신풍속화 • 141
긴 하루 • 146
마리 로랑생 화집 • 152
다슬기탕 • 157
참외 • 162
사흘 • 167
쓸데없는 걱정 • 173
4. 혼자서도 잘 논다
동지매 • 183
빗소리에 홀리다 • 189
별일 없습니까? • 194
진통제 • 199
산속 음악회 • 204
흔적을 찾아서 • 207
태종대 파도 소리 • 212
무지개 • 217
사라진 플라타너스 • 221
혼자서도 잘 논다 • 226
저자소개
책속에서
거울 앞에 서서 활짝 웃는다. 주름도 활짝 웃는다. 내가 풋사과 같은 시절엔 나이가 들면 흠결은 좀 있어도 맛있고 달콤한 능금같이 잘 익을 주 알았다. 이렇게 안팎으로 지나간 세월을 온몸에 새겨 놓을 줄은 미처 몰랐다. 그 숱한 흔적을 최신 의료 기술로 쓱 밀어 버린다면 겉은 매끈해진다고 하더라도 내면의 주름은 어쩌지 못할 것이다. 만약 깊숙이 박힌 속주름까지 제거해 준다면 글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것이다.
-<주름도 웃는다> 중에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울 일이 많아졌다. 일찍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버거웠고, 세상에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어서 가슴이 시리고 아팠다. 결혼하니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고달팠다. 소리 내어 울고 싶은 날이 많았지만, 마음이 후련하도록 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밖은 물론이고 집 안에는 아이들과 시어머님이 계시니 내색도 못했다. 우물 바닥 깊숙이 고여 있는 물처럼 젖어 있는 날이 많았다.
-<울기 좋은 곳> 중에서
식은 찻잔을 들며 싱긋이 웃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본다. 고만고만한 단발머리 철부지였는데 저마다의 무거운 짐들을 등에 지고 용케도 잘 살아내었구나 싶다. 까만 고무줄 위에서 맨발로 폴짝폴짝 뛰던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바람은 나한테만 불었던 게 아니었다.
-<그때 그 바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