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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남편이 미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img_thumb2/9791190710084.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710084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0-10-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가장의 밥벌이는 언제나 위태롭다
내가 남편에 대해 쓰는 이유
상견례를 하자마자 회사를 그만두겠다니
아르바이트가 어때서? 기죽지 말라고
자산 관리가 뭔가요?
우리 집에선 나도 자랑하고픈 딸이란 말이다
이 남자의 무기는 눈물
사랑이 진한 우정 같기만 해도 좋겠다
운명공동체라는 아픈 말
2. 아무리 뜯어봐도 우린 참 달라
국제이사, 두 번은 못 할 짓
다시 입사지원서를 쓰는 시간
많으면 많은 대로 걱정, 남편의 손재주
길 찾는 아내, 따라오는 남편
멋 모르는 여자와 멋 부리는 남자
남편의 인간관계는 곧은 일직선
틀린 게 아니라 달라서 하는 부부싸움
3. 우리에게 잘 맞는 방식, 그게 정답이야
남자 여우가 여자 곰을 만났을 때
아직은 함께 나누기 복잡한 주제, 페미니즘
최선을 다하는 중 vs. 죽을힘으로 버티는 중
완벽한 주부 9단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주양육자와 부양육자의 동상이몽
아빠가 아이를 돌본다는 것, 그리고 편견
첫눈에 반한 남자랑 결혼한 여자의 삶
생각해보면 나 역시 불확실한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역할을 바꾸고 서로에게 품게 된 존중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느 날은 체념이, 또 어느 날은 분노가 일었다. 분노가 극에 달할 때는 자는 남편을 보면서 한 대 때리고도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았다. 어떤 때는 내 삶이 갑자기 수렁으로 곤두박질치는 것 같아 눈물이 났고, 자주 흐리멍텅해졌다. 그러나 나와 내 가족의 삶이 아닌가. 이렇게 널뛰는 마음으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마음속 불만과 슬픔을 글로 써내려가며 내 상처의 근원에 다가가고 싶었다. 그리고 내 삶에서 이 모든 일이 벌어지게 만든 장본인, 남편에 대해서 더 알아야만 했다. 그것이 내가 남편에 대해 쓰기 시작한 이유다.
나는 이 사람과 살면서 싸움의 기술이 늘었다. 상대의 약점을 툭툭 건들이고, 허점이 보일 때 잽을 날린다. 남편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에서 그가 눈물을 택하면 결과는 뒤집힌다. 신장 180센티미터에 달하는 건장한 남자가 나 보기 창피해 얼굴을 가리고 울면, 나는 그제야 독기를 뺀다. 병 준 이가 약까지 주는 모양새로 같잖은 위로를 한다. “나는 오빠가 이거 하나는 명심해줬으면 좋겠어. 남녀는 불평등해. 특히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더 그렇지. 그래도 ‘원래 불평등하니까 너도 그냥 참고 살아’라는 말은 하지 마. 적어도 나를 가여워는 해줘야지. 인간 대 인간으로. 오빠가 나의 꿈과 경력을 응원하고 지지해줘야 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야.
나는 엉엉 울었다. 이제 아이라는 혹이 붙어 있어서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사람처럼 절망하며 울었다. 절망을 품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미안해서 또 한참을 울었다. 내가 나를 생각하는 것이 이제는 미안함과 죄책감이 된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여러 날이 지나면서 아이는 18개월이 되었고, 나는 나대로 ‘엄마’라는 위치의 책임을 늘 기억하려 노력한다. 운명을 함께 개척해나갈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고민한다. 읽고 쓰는 삶을 지향하는 궁극적인 이유도, 결국은 아이가 자라는 것을 바라봄과 동시에 나다움을 만끽할 접점을 찾고자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