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0826419
· 쪽수 : 300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_이제 몸을 이야기합시다
1부. 친애하는 나의 몸에게
난 내 얼굴이 좀 사나웠으면 좋겠다 | 얼굴 이야기
내 머리카락은 낯을 많이 가린다 | 머리카락 이야기
많은 생각이 눈동자를 타고 흐른다 | 눈 이야기
가장 제멋대로인 신체 기관이라고? | 귀 이야기
나의 하루는 꽉 막힌 코로 시작된다 | 코 이야기
하는 일은 없으나 위풍당당 | 수염 이야기
욕망의 불꽃으로 점화된 촛불처럼 | 입술 이야기
갓난아기부터 노인까지 입을 다무는 이유 | 입 이야기
낯설게 여기고 냉대한 시린 이의 기억 | 치아 이야기
모딜리아니의 목, 카얀족의 목, 의대생의 목 | 목 이야기
2부.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가슴에는 복잡한 이야기가 얽혀 있다 | 유방 이야기
‘심장이 아파요’라는 말의 의미 | 심장 이야기
고뇌와 욕망을 빨아들이듯 | 폐 이야기
자질구레하면서도 위대한 배꼽 위의 일 | 배꼽 이야기
잊힌 듯 존재하지만 책임을 다한다 | 대망 이야기
그래, 밥은 배불리 먹었니? | 위장 이야기
습관적으로 숨고는 희미하게 나타난다 | 췌장 이야기
그 진귀한 채소와 고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장 이야기
이토록 간단하고 가벼울 따름이라니 | 충수 이야기
3부. 내 몸이 원하는 걸 나도 모를 때
네 어깨에 뭐가 달렸는지만 중요할 거야 | 어깨 이야기
허리를 팔로 감쌌을 뿐인데 | 허리 이야기
손목에 흔적을 남기는 것들 | 손목 이야기
지저분한 손, 떨리는 손, 용기 있는 손 | 손 이야기
욕망의 분기점, 위계의 분기점, 인생의 분기점 | 무릎 이야기
음습하고 시끌벅적한 발의 생태계 | 발 이야기
화려하게 내딛는 걸음마다 아팠을 텐데 | 발가락 이야기
4부. 몸은 거기 있다, 한 점 의심 없이
출산이 아니면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 자궁과 난소 이야기
엉덩이로 전해지는 낯선 이의 기운 | 엉덩이 이야기
포경 수술은 꼭 해야 하는 거야? | 포피 이야기
문을 걸어 잠그고 안쪽을 보이지 않는다 | 항문 이야기
얇은 살가죽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니! | 피부 이야기
인체를 이루는 206개 뼈 사이에서 | 뼈 이야기
리뷰
책속에서
잘려 나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은 각각의 해석을 지닌 인생의 밀어다.
나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올랐다.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게 효도의 시작이니라.” 머리카락에는 피도 살도 없다. 그것들은 가장 작은 소리로 속삭이지만, 머리카락이 전하는 이야기는 너무도 진중해 홀대할 수 없다.
나는 안다. 내가 신경도 없는 머리카락 그리고 안전모, 베개, 머리빗에 민감한 이유는, 인생의 기름때, 끈적임, 더러움, 각종 아름다움과 추함을 깊이 감지하고 싶어서라는 걸 말이다.
-‘내 머리카락은 낯을 많이 가린다’ 중에서
“생리 첫날이나 둘째 날만 되면 콧물에 피가 섞여 나와요. 처음에는 건조한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1년 내내 이러네요.”
검사 결과 자궁 내막증이었다. 자궁에 있어야 할 자궁 내막이 비강에 존재하는 증상이다. 따라서 이 내막은 호르몬 변화에 따라 28일 주기에 맞춰 성실하게 부풀어 오르고 탈락하며 출혈이 일어나는 것이다.
“생리혈입니다.”
진단을 듣고 환자는 몹시 놀랐다. 자궁 내막이 어쩌다 천리만리 먼 비강까지 와서 자랐단 말인가. 자궁 내막증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면 난소, 방광, 장, 림프샘, 심지어 폐에 존재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니 지구 어딘가에 누군가는 매월 각혈로 생리를 치를 것이다.
-‘나의 하루는 꽉 막힌 코로 시작된다’ 중에서
처음 탯줄을 자른 찰나를 나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어느 위치에서 잘라야 할지 망설였고, 두렵고 조심스러웠다. 탯줄은 인생에서 가장 짧고도 거대한 시간을 살며, 그 장엄한 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 버린다.
‘싹둑’, 탯줄은 자르고 난 뒤 보관해야 한다. 면봉에 알코올을 살짝 묻혀 탯줄에 바른 후, 뿌리부터 바깥으로 링 모양을 그리며 소독한 후 거즈로 덮어 둔다. 태반을 싸고, 세척하고, 무게를 재고, 두께와 길이를 측정해, 분만 일지에 적어 생명 탄생의 기록을 남긴다.
-‘자질구레하면서도 위대한 배꼽 위의 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