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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91190885867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1 가드레일을 넘어서
2 경사면
3 부상과 탈진
4 식수원
5 경계 철선
6 폭풍우
7 불타는 자동차
8 조난신호
9 고열
10 방공호
11 구출
12 곡예사
13 모닥불 신호
14 독 한 모금
15 뇌물
16 식량 공급원
17 결투
18 5파운드
19 짐승과 기수
20 섬의 명명식
21 광기의 바닥
22 문의 움막
23 공중그네
24 탈출
J. G. 밸러드 후기
해제
옮긴이의 말
J. G. 밸러드 전기적 약력
J. G. 밸러드 작품 목록
리뷰
책속에서
[…] 지금까지 몇 년 동안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신화 속 이야기처럼 꾸며 내고 있었다. 높다란 울타리에 둘러싸인 길쭉한 교외 정원에서 끝없이 혼자 놀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떠올리면 묘하게 평온한 기분이 들었다. 사무실 책상 서랍의 액자 속 일곱 살 소년의 정체가 그의 아들이 아니라 그 자신이라는 사실은, 단지 허영심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는 실패라고밖에 할 수 없는 캐서린과의 결혼 생활도, 바로 그 상상 속의 텅 빈 정원을 재창조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성공으로 간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_ 「3 부상과 탈진」에서
문 닫은 매표소를 바라보던 메이틀랜드는 어릴 적 동네 영화관에 갔을 때의 흐릿한 기억을, 끝없이 이어지는 흡혈귀와 공포 영화들의 목록을 떠올렸다. 이 섬은 갈수록 그의 머릿속을 완벽하게 구현한 모형이 되어 가고 있었다. 모두가 잊은 이 풍경을 헤치고 나가는 일은, 단순히 이 섬의 과거를 찾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탐사하는 여행이기도 한 것이었다. 캐서린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게 만든 유아적인 분노에서는 어릴 적에 옆방에서 여동생을 돌보던 어머니를 지치지도 않고 소리쳐 불렀던 때가 떠올랐다. 그가 항상 생각하기를 기피해 온 아직도 모를 이유 때문에, 어머니는 결국 그를 달래러 오지 않았다. 그저 분노와 경악에 목이 잔뜩 쉰 채로 홀로 욕실에서 기어 나오도록 방치했을 뿐이었다.
_ 「9 고열」에서
이렇게 비틀거리는 동안, 메이틀랜드는 육신에 대한, 그리고 염증에 부어오른 다리의 고통에 대한 관심이 흐릿해져 감을 깨달았다. 그는 육체를 부분으로 나누어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우선 부상당한 고관절을, 다음에는 양다리를, 이어 다친 가슴과 횡격막에 대한 모든 지각을 지워 냈다. 차가운 바람에서 힘을 얻어 풀숲을 뚫고 전진하며, 지난 며칠 동안 너무도 익숙해진 섬의 모습을 차분하게 살폈다. 섬을 그 자신이라 여기게 된 그는 폐차 무더기 쪽의 자신의 자동차를, 철조망 울타리를, 그리고 뒤편에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고통과 시련을 겪은 장소들과 자신의 육신의 각 부분이 혼동되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 장소를 향해 손짓하며 섬의 회로를 그리고, 자신의 육체의 각 부분을 원래 속했어야 하는 곳에 놓아둘 방법을 궁리했다. 오른 다리는 사고가 일어난 지점에 놔두고, 다친 손은 강철 철조망에 꽂아 두어야 한다. 가슴은 콘크리트 벽에 기대앉았던 곳에 둘 것이다. 각 지점마다 간소한 의식을 치러 모든 책무를 자신에게서 이 섬으로 이양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육신을 성체성사에 봉헌하는 성직자처럼 큰 소리로 선언했다.
“나는 섬이로다.”
_ 「9 고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