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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기 연습

멀어지기 연습

(퇴직 그리고 이후의 삶)

김인구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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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기 연습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멀어지기 연습 (퇴직 그리고 이후의 삶)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917209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5-09-22

책 소개

30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부장님’이 아닌 ‘나’로 살아가야 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 이 책은 대기업에서 30년의 세월을 보낸 저자가 퇴직 후 겪는 삶의 거대한 전환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목차

프롤로그: 우리는 가까워지는 법만 배웠다

제1부 이름표를 떼다
01. 퇴직
02. 매일 가던 곳이 없어졌다
03. 명함이 없는 삶
04.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아요
05.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나 보다
06. 급할수록 천천히

제2부 새로운 리듬을 만들다
07. 나의 청소 시간
08. 새벽 미사
09. 새로운 습관, 묻고 답하기
10. 나는 말을 잘 놓지 못한다
11. 씁쓸한 동행
12. 나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3부 가장 가까운 사람
13. 그때 그 시간, 나는 없었다
14. 들어주기만 하면 돼요
15. 이제야 앞치마를 둘렀다
16.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17. 부부유별
18. 아내에게 (미리 보내는 편지)

제4부 세대를 잇는 마음
19. 아버지,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20. 우리 막내 잘 부탁드립니다
21. 세대를 초월한 친구
22. 나를 포기하는 지혜
23. 생활의 유산
24. 챗GPT와 동몽선습
25. 꼰대가 필요해
26. 취향의 대물림

제5부 인생의 유한함을 준비하다
27. 아버지의 동창회
28. 짧은 만남, 긴 생각
29. 마음을 읽고 마음을 남기다
30. 자표, 스스로 비문을 적다
31. 멀어지니 비로소 가까워지는 것
32. 사명, 잊고 있던 본질을 찾아서

제6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일
33. 잊고 있던 역사와 대화하기
34. 공공역사학자입니다
35. 몽오종가 이야기
36. 계민가, 백성을 향한 90행의 편지
37. 조선과 사대부를 다시 보다
38. 얽힌 역사의 실타래를 푸는 새로운 언어
39. 박물관에서 꺼내온 칼리디자인
40. 종가의 칼리디자인, 세계로 나아가다
41. 새로운 명함을 쓰다

에필로그: 물음표에서 쉼표로

저자소개

김인구 (지은이)    정보 더보기
조선 정조 시대의 명신 몽오 김종수의 8대 종손으로 600년 청풍김씨 종가의 역사를 계승한 저자는, 삼성물산, 삼성JP모건, 삼성증권, KB증권에서 쌓은 풍부한 금융 경험을 바탕으로 퇴임 후 예술가로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학문적 영역에서는 성균관대 동아시아한문학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베트남 쯔놈연구원 방문을 통해 동아시아 문자 문화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종가의 소중한 고서와 유물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생활사박물관에 기탁·기증해 문화유산의 공공적 활용에 기여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대 규장각, 수원화성박물관 등에서 관련 전시와 학술대회를 주도하며 전통문화의 보존과 현대적 계승을 실현해왔다. 특히 저자의 칼리디자인은 단순한 예술 활동을 넘어 종가의 역사와 기록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공공역사학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한국사대부리더십과 돌올센터 활동을 통해 전통문화가 지닌 현대적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우리는 살면서 가까워지는 법만 배웠다.

매일 가던 곳이 없어지고 나서, 처음에는 그 여유가 달콤했다.
‘그냥 즐기자. 여유를 갖고 생각하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남들처럼 서두르진 말자.’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빈 시간은 조금씩 무력감으로 다가왔다.

“여보, 이제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아요. 그게 당신을 쉽게 지치게 해요.”

우리는 멈추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쉬면 뒤처진다’라고 배웠고 ‘하면 된다’라고 믿었고 ‘최선을 다하라’라는 말을 신조로 삼아 살아왔다. 그래서 퇴직 후에도 여전히 달리려는 것이다. 제2의 인생도 성공적이어야 하고 은퇴 후 삶도 의미가 있어야 하고 노년도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하지만 아내의 한마디가 깨달음을 주었다. 이제는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상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
평생 가까워지는 법만 배웠던 우리는 이제 멀어지는 법을 배울 차례다.


누구나 이름표를 떼게 된다.
30년 동안 목에 걸고 다녔던 사원증을 반납하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것은 단순한 플라스틱 카드가 아니라 내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표식이었다는 것을. 이제 ‘부장님’이 아닌 그저 ‘김인구’가 된 나는 텅 빈 시간 앞에서 처음으로 나 자신과 마주했다. 매일 가던 곳이 사라지고 명함이 없어지고 해야 할 일이 없어졌을 때 비로소 진짜 질문이 시작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

은퇴 후 작은딸이 말했다.
“괜찮아요, 아빠. 천천히 생각하셔도 돼요. 이제 아빠 시간이잖아요.”

‘아빠 시간’.
그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지난 30년 내 시간은 회사의 시간이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때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회사가 정한 리듬에 맞춰 살았다. 그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었다. 그 시간 덕분에 가족을 부양했고 성취감도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순간이 왔다.

조직과 사람들에게 가까워지고 성공에 다가가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하지만 이제는 ‘멀어지는 법’을 배워야 할 때가 왔다.
멀어지기 연습은 결국 ‘나’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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