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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1071528
· 쪽수 : 380쪽
책 소개
목차
1장 9
2장 43
3장 79
4장 112
악곡 없는 간주곡 149
5장 198
6장 235
7장 272
8장 308
9장 335
에필로그 366
미주 36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비뫼시 중심부에 솟아 있는 신성한 언덕과 그 주변은 예로부터 왕가와 명망 높은 귀족들의 거주 지역이었다. 가장 높은 봉우리엔 육중한 원기둥들이 늘어선 기다란 회랑(回廊)과 하늘 높이 쌓아올린 일곱 개의 첨탑으로 이뤄진 궁전, 예로부터 전해지길 그 지하엔 거대한 미궁이 똬리를 틀고 있고, 그 밑바닥에 천년의 호박(琥珀) 속에 갇힌 마법사왕이 있으며, 기적이 사라지기 전부터 도시를 떠받치고 있는 성수(聖樹)가 뿌리내리고 있고, 또한 유령들로 둘러싸인 지하감옥에 철가면을 쓴 쌍둥이 왕자가 유폐되어 있다는 등의 온갖 전설로 가득한 바로 그 신비로운 궁전이 세워져 있었다.
이내 홍수가 그 모든 것들을 수장시켜버렸다. 공기 중에 흩날릴 만한 먼지 한 톨조차 허용하지 않은 채로, 빈틈없이 말이다. 이후 생존자들은 이날의 대참사를 ‘대홍수’라고 불렀다.
그렇게 모두가 단념하고서 그날 라디오 뉴스에 나갈 ‘가장 비통한 소식’ 따위의 멘트를 상상하고 있던 그 순간에, 몇 박자 늦게 새 생명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는 마치 폐부로 밀려드는 낯선 공기를 거부하려는 듯한 절규처럼 들렸고, 집도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잔뜩 움츠렸던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옆에 있던 수간호사도 다리에 힘이 풀려 얼마간 주저앉아 있어야만 했다. 참고로 그 태아는 대부분 익사하거나 짓뭉개진 시체들투성이였던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처음으로 구해낸 생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