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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1122022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0-11-27
책 소개
목차
1. 몸뚱이
2. 엄마의 집
3. 장애
4. 중증 환자실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5. 나의 벗, 나의 신
6. 묘령의 여인, 장메이리
7. 두 친구, 아샤오와 아샤오
8. 천재 ‘원잔’
9. 허우퍄오의 세계
10. 바다는 감춰지지 않는다
11. 어느 도시도 그저 그렇게 변하지 않길
12. 우리가 늘 대답해야 하는 질문
13. 집으로
14. 기차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15. 저자의 말: 나는 모든 사람을 관찰하고 싶다
리뷰
책속에서
“아가, 울지 말거라. 죽는 게 뭐 그리 심각한 일이라고. 네가 나를그리워하는 날에는 으레 내가 널 보러 오지 않겠니. 이제 이 성가신 몸뚱이도 없으니 오가기도 편할 것 아니겠냐.”
그 말을 전해 듣는 순간 나는 그제야 예전에 그녀가 내게 했던 말과 그녀의 인생관을 이해하고 깨닫게 됐다. 본래 우리의 삶은 복잡할 것이 하나 없다. 삶을 혼탁하고 숨 막히게 만드는 것 모두 우리의 육체와 온갖 욕망 때문이다.
나는 지난 추억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그 침대에 몸을 뉘였다. 아버지의 냄새가 나를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희미한 달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자 나는 그제야 아버지의 침대 머리맡에 붙여져 있는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진은 아주 오래전에 찍은 나의 스티커 사진이었다. 몸을 일으켜 그 사진을 살펴보니 이상하게도 내 얼굴 부분이 유독 색이 바래져 있었다. 나는 다시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유독 내 얼굴 부분의 색이 바랜 이유를 깨달았다. 아버지가 매일같이 손으로 사진 속 내 얼굴을 어루만져 색이 바랬던 것이다.
“아버지는 어떻게 끝까지 쓸모가 없으세요! 한 번 넘어졌다고 죽다니요! 이렇게 약속을 저버리는 법이 어디 있어요!”
그때 갑자기 아버지의 눈과 입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친지들은 화를 내는 나를 붙잡고 말렸다.
“사람은 죽었어도 영혼은 아직 육체에 남아 있어. 네가 이러니 아버지가 못 떠나시고 괴로움에 피눈물을 흘리시는 거야. 네 아버지, 일평생 충분히 할 만큼 하셨어. 아버지 그만 보내 드리자.”
나는 놀라고 겁먹은 표정으로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오는 피를 지켜보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듯 말했다.
“아버지, 마음 놓고 편히 가세요. 저 원망 안 해요. 아버지가 많이 노력하셨다는 거 저 알아요…….”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목 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