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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91131949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5-10-31
책 소개
책속에서
스위스에 도착한 이야기는 양부모님에게 들었다. 입원한 병원에서는 내가 죽을 게 분명하며, 스위스에 갈 상태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러자 엄마는 간호사인 자신이 생존에 필요한 처치를 직접 할 수 있다고 맞섰다. 하지만 엄마 생각에 내게 정말 필요한 건 애정이었다. 그 판단이 옳은 듯하다. 과자 먹을 때를 빼고는 사흘 밤낮이 흘러도 엄마 목에서 떨어질 줄 몰랐으니까.
이번에도 행동 자체보다 들켜서 부끄러움이 더 컸다.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아무도 모른다면 어땠을까? 실수 자체보다 누가 나를 비난하며 우월한 태도를 보이는 게 더 괴로웠다. 나는 잘못이 들통날 때만 반성했다.
이 오래된 비열함 때문에 불면증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잠꼬대를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잠든 사이에 재앙이 또 일어날까 봐 잠들기를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원인 모를 제지를 받을 때면 언제나 속이 뒤집혔다. 특히, 음악 선생님이 학년말 시험에 응시할 필요가 없다고 했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시험을 치르기에 실력이 너무 형편없다는 평가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자동으로 합격한 줄 알았다가 이내 착각임을 깨달았다. 시험에 통과할 만큼 열심히 준비할 거라는 신뢰조차 받지 못하고, 심지어 평가받을 자격조차 없다고 여겨진 것에 내 안의 모범생은 깊은 모욕을 느꼈다. 결국 나는 음악 학원을 그만뒀고, 나중에는 재능이 부족해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이자 클래식 발레 학원도 그만뒀다. 이해받기 어려운 사실일 테지만, 나는 경쟁을 하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세거나 마음이 너무 여렸다.



















